
▲명승지 가천다랭이마을.
(CNB=박한 기자) 다가오는 휴가철을 맞아 온 국민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 될 시기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는 휴가지를 30곳 선정했다. 이름하여 ‘산, 들, 강, 바다로 떠나는 농촌 여름휴가지 30선’.
그 중 바다로 떠나는 휴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왜? 여름은 무조건 바다니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명승 제15호로 지정돼 있는 보물섬남해 가천다랭이마을이 좋겠다.

▲가천다랭마을 암수미륵바위.
◆가천다랭이마을과 108계단 다랑이논
남해 초입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는 길이 660m로 40여 년 전 준공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튼튼한 모습으로 노량해협을 두발로 떡하니 버티고 섰다. 그 아래 노량해전의 격전지였던 노량해협에는 제법 물살이 센 조류가 군마가 지축을 흔들듯 힘차게 달려간다.
19호선을 그대로 타고 가다보면 남해읍이 나온다.
남해읍 재래시장에서 장 보기를 마치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남해 제1바래길 '다랭이 지겟길'로 접어 든다. 구불구불 국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머리 뒤로 휙휙 사라져 가는 풍경을 보고 차를 멈추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신선한 공기는 신선하다는 말로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랭이 지겟길은 남해군의 가장 아름다운 바래길로 주변에는 모래가 부드러운 가족 휴양 해수욕장인 사촌 해수욕장과 남해카약체험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카약체험과 스탠드업패들보드 체험, 그리고 남해바다낚시 체험 프로그램이 유명하며, 특히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이 압권이다.
사촌해수욕장을 지나면 몽돌해변인 선구마을이 나온다.
몽돌해변은 선구마을과 항촌마을을 이어주는 해변으로, 반월모양의 아름다운 몽돌들이 파도와 함께 구르며 내는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다랭이 지겟길을 그대로 따라가다 산모퉁이를 두 번 정도 도니 광활한 바다가 쫙 펼쳐진다. 그리고 바다에서 차곡차곡 108계단을 이루며 도로 턱 밑까지 올라온 다랭이 논. 드디어 가천다랭이마을이다.
일명 삿갓논, 삿갓배미라고도 불리는 다랭이 논은 남해 사람의 근면성을 보여주듯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 어떤 농부가 논을 갈다가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안에 논이 하나 더 있더라는 데서 유래된 삿갓논은 짜투리 땅도 소중히 활용한 남해인의 억척스러움을 대변하고 있다. 다랭이 논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라보는 가천마을의 풍경은 옛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특히 주차장에서 그대로 도로를 타고 100m 정도 가면 쉼터처럼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장소가 있다. 그 곳에서 가장 좋은 각도로 다랭이마을을 담을 수 있다.
가천다랭이마을은 전통체험마을로 다랭이 논갈기, 일일어부체험, 뗏목타기, 짚공예, 시골학교 운동회, 해산물 채취, 시금치․봄동 등 나물캐기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원시농이며 자연과 가장 잘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05년 명승지로 지정이 되고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저녁노을이 환상적인 사촌해수욕장 남해카약체험(www.kayak.kr 문의 010-6595-0619).
◆ 가천 암수바위와 설흘산
다랭이 논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면 입구에 자연암석 돌로 생긴 커다란 한 쌍의 암수바위가 있다. 높이 5.9m의 숫바위와 4.9m의 암바위는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간절히 소원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득남을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이 암수바위는 1751년 고을 현령이던 조광진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내가 땅 속에 묻혀 있는데 우마(牛馬)의 통행이 잦아 일신이 불편해서 견디기 어려우니 나를 일으켜 주면 필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하여 사람을 시켜 그 자리를 파 보게 하니 지금의 암수바위가 있어 숫바위는 일으켜주고 암바위는 그대로 둔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해오는 말과 실제로 있었던 일을 보면 주위에 농사를 짓기 위해 지저분한 오물을 뿌리거나 손가락질을 하면 손이 썩고 자식들이 불행해 진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매년 음력 10월 23일에 풍농과 풍어가 되도록 지극한 정성으로 제(祭)를 올리고 있으며 특히 배를 가지고 있는 어민들은 해난사고를 방지하고 고기가 많이 잡히도록 기원하는 제를 지내기도 한다.
가천 다랭이 마을 뒷산인 설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앵강만과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아늑하게 보인다. 이성계가 조선을 갖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바위들도 또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천 다랭이 마을이 팔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깝게 내려다보여 인상적이다. 마을 앞 바다는 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윤슬이 계속 눈을 간지럽힌다.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참으로 사람과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 남해 가천다랭이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