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드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리믹스 OS. (사진=자이드)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중국이 이번엔 ‘새로운 데스크탑 PC용 운영체제’를 무료로 공개했다.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 3인이 의기투합하여 창업한 ‘자이드(Jide) 테크놀러지’라는 중국 기업이 최근 CES 2016에서 ‘리믹스 OS(Remix OS)’를 소개한 데 이어 지난 12일부터 이 OS를 자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한 것.
새로운 운영체제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세계의 기크(Geek)들은 열광했고, 국내에서도 주요 IT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설치 경험이 공유되고 있다.

▲USB 메모리에 리믹스 OS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USB 메모리만 있으면 OK
설치는 간단하다. USB 3.0 규격을 지원하는 8GB 이상의 USB 메모리와 USB 부팅이 가능한 PC만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PC가 USB 부팅을 지원하므로, 메모리만 있으면 간단하게 안드로이드 PC를 소유할 수 있는 셈이다. PC 내장 하드디스크나 SSD에도 설치가 가능하지만, 약간의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
배포본은 자이드 홈페이지(http://www.jide.com/en/remixos-for-pc)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일반 PC용(Legacy)와 EFI용으로 나눠진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후 압축을 해제하면 ISO 형식의 리믹스 OS 압축 이미지 파일과 USB 부팅 디스크를 만들어주는 실행(.EXE) 파일, 그리고 설치 방법이 담긴 간단한 텍스트 파일이 나타난다.
먼저 USB 메모리를 PC의 USB 포트에 장착한 후 USB 부팅 디스크 제작 툴을 실행시키면 간단하게 USB 메모리에 리믹스 OS를 담을 수 있다. 주요 운영체제 파일이 복사되고, 부트로더(BootLoader) 설치까지 완료된 후 리부팅을 시킨다. PC의 바이오스 설정에서 USB로 부팅이 가능하게 만들어두면 이후부터 사용자의 PC는 리믹스 OS가 설치된 ‘안드로이드 PC’로 변신한다.
물론 모든 PC에서 원활히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호환성 문제 혹은 버그 때문에 부팅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좀더 완성도가 높은 버전이 나와야 해결될 문제다. 어쨌든 이 단계를 넘어서야만 ‘리믹스 OS’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리믹스 OS 설치가 확실히 가능하다고 자이드가 공언한 기기로는 큐브(cube) 사의 i7, 테클라스트(Teclast) 사의 X98 Air3 같은 윈도 태블릿 제품들이 있다.

▲리믹스 OS를 실행한 화면. 멀티 윈도우, 시작버튼, 작업 표시줄 등 윈도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한다. (사진=자이드)
리믹스 OS, 쓸만한가
리믹스 OS의 초기 화면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윈도우) 운영체제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얼핏 봐선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최근 윈도 10 등 최신 운영체제들이 안드로이드나 iOS의 특징들을 많이 참조했기 때문인 듯하다.
리믹스 OS의 가장 큰 장점은 ‘터치(Touch)’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마우스와 키보드에 최적화시켰다는 점. 덕분에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우측 마우스 버튼, 드래그 앤 드롭 등도 윈도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스마트폰, 태블릿에서와 달리 데스크탑에서 특히 중요한 ‘멀티태스킹’도 제대로 지원한다. 일반 PC에서 여러 창을 열어두고 사용하는 환경을 그대로 제공한다. 윈도의 그것과 유사한 ‘작업표시줄’과 ‘알림 영역’도 제공되며, ‘파일 관리자’를 통한 파일 관리도 가능하다.
세 번째 강점은 방대한 안드로이드 앱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물론 일부 앱들은 호환성 때문에 제대로 실행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앱들은 스마트폰, 태블릿에서와 마찬가지로 원활히 작동한다. 덕분에 여타 마이너 OS들이 겪었던 ‘쓸만한 앱이 부족한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간단히 테스트해 본 결과 문서 작성을 비롯한 ‘생산성 업무’를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장점은 ARM 계열의 칩을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 월등한 컴퓨팅 파워를 자랑하는 x86 계열 CPU에서 윈도 OS보다 여러모로 단순하고 가벼운 안드로이드 OS를 구동하다보니 강력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보면 리믹스 OS가 설치된 구형 PC의 점수가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점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리믹스 OS를 만든 자이드의 구글 출신 창업자 3인. (왼쪽부터) 제레미 차우, 벤 루크, 데이빗 코. (사진=자이드)
윈도가 점령한 시장 흔들릴까
PC용 운영체제 시장은 수십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리즈가 90% 내외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고, 애플의 OS X와 리눅스 등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들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그간 윈도의 독점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오피스 시리즈를 비롯한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들의 유용성과 편의성, 호환성이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iOS,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들이 웹 서핑, SNS, 게임 등 캐주얼 작업에는 오히려 PC보다 더 적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리믹스 OS의 출현은 윈도 PC의 유일한 강점인 ‘생산성’ 측면도 공략이 가능하다는 하나의 실례로 보여지고 있다. 실제로 오피스, 포토샵 등 생산성 애플리케이션들의 상당수가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있어서, PC 환경의 완전한 이전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몇몇 전문적인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PC만의 독보적인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PC에서만 할 수 있었던 작업이 이번 리믹스 OS의 출현으로 한층 더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상당히 늘어난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리믹스 OS에 대해 “TV에 연결하는 USB스틱 형태의 PC나 저사양 PC, 그 외 웹 서핑 등 캐주얼 작업용 PC에 충분히 유용한 운영체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