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감독의 영화 <기술자들> 촬영 장면. (사진제공=부산환경공단)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영화촬영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창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성룡이 제작에 나선 한·중 합작영화 <치명도수(致命倒數 - RESET)>가 최근 부산환경공단 수영하수처리장에서 촬영됐다.
지난 1월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황광희 등의 출연자들이 쫓고 쫓기던 배경이 된 하수처리장, 이들 장면의 촬영지 역시 부산의 환경기초시설 15개소를 운영하는 부산환경공단 본부와 수영하수처리장이다.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환경기초시설이 국내외 영화계가 눈독 들이는 인기 촬영지로 각광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상 배경이 될 만한 시설자원이 풍부한데다 보안 등 부담 없이 촬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단 시설물 중 최다 촬영지인 수영하수처리장의 경우, 전체 면적 15만㎡ 중 3만8천㎡가 축구장, 공원 등의 편의시설로 이뤄져 있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촬영이 가능하고 또 하수를 처리하는 지하시설과 소화조, 가스탱크 등은 SF나 액션장면을 촬영하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 시민의 출입까지 제한돼 있어 촬영이 자유로운 점과 공단의 적극적인 행정 협조 등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공단은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시작으로 <마이뉴파트너>, <부당거래>, <베테랑> 뿐 아니라 <전우치> 등의 주요장면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최근 곽경택 감독의 영화 <부활>이 개봉을 앞두고 주요장면을 촬영 하기도 했으며, 조인성, 정우성 주연의 영화 <더 킹>도 공단 수영하수처리장에서 촬영을 검토 중이다.
영화 뿐 아니다. 2008년 서태지의 컴백 뮤직비디오 <휴먼드림>과 영화배우 조인성의 휴대전화 CF 촬영장소, 명품잡지의 특집화보 등도 수영과 강변 등 하수처리장, 해운대소각장 등에서 진행됐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에는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형 시설물이 많아 국내외 감독들이 촬영장소로 선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산영상위원회와의 공조를 통해 각종 영상물의 촬영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공단은 환경기초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종 문화메세나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본부 산하 15개 사업소를 전면 개방해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각종 스포츠행사 및 견학체험코스도 개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09년부터 전국유일의 하수처리장음악회를 남부하수처리장에서 개최함으로써 문화와 환경의 만남을 통한 시민 환경의식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공단 이종원 이사장은 “앞으로 공단은 녹색기술을 통해 친환경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영화촬영을 적극 지원해 볼거리 많은 영상영화도시 부산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