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5.27 09:13:21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간 영상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박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정부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거부권 행사를 의미하는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과 사전협의를 거친 것으로 지난해 6월25일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후 2번째로서, 사실상 박 대통령이 한치도 물러날 수 없다며 극한 대결을 선택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만, 만약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가 이를 다시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각의가 국회법 개정안 공포안 대신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거부권이 행사된다.
현재 법제처는 국회법 개정안 공포안이 시행되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수시 청문회'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행정부에 대한 '과잉 견제'가 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부터 청와대가 '행정부 마비' '위헌' 등의 주장을 펴며 반발했던 점을 감안할 때 예상됐던 것이지만, 박 대통령이 외유 기간 중 서둘러 황 총리가 대신 거부권을 행사토록 한 것은 야당의 반발 등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행한 것은 남은 임기 동안 야권의 반대를 의식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을 차단하기 위한 명분 축적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 이런 결정이 나오면서 박 대통령이 반 총장 출마 선언에 고무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는 등 향후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거부권을 행사해 상시청문회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29.1%인 반면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57.6%로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