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6.02 08:51:38
▲새누리당의 국회의장 양보 불가 입장 선회에 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야 간에 합의가 없더라도 국회 본회의 자유투표를 통해서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자유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갑작스런 새누리당의 국회의장 양보 불가 입장 선회에 맞서 두 야당은 여야 간에 합의가 없더라도 국회 본회의 자유투표를 통해서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자유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달 31일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한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정 여당에서 의장직을 못 내놓겠다면,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자유투표를 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자유투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1일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의장 자유투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 바는 없으나 당 일각에서 자유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참고로 밝힌다“고 동조를 내비쳤다.
이처럼 두 야당이 자유투표 카드를 내세운 것은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 출신 국회의장을 관철하겠다는 포석이지만 현재로서는 '국회의장 자유투표' 주장은 원구성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카드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만약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두 야당만이 출석한 '반쪽 본회의'를 열어 야당 출신 국회의장을 선출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개원 국회를 여든 야든 단독으로 소집해 국회의장을 선출한 선례는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달 31일 인터넷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자유투표에 대해 "실제로 그렇게 하긴 어렵다. 논리 대응 차원에서 한 얘기로 봐 달라"며 “자유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어떻게 개원 국회를 야당만 모아서 하겠느냐. 레토릭(정치적 수사)"이라고도 했다.
특히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첫 본회의 의사봉을 최다선 의원이 잡는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20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8선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의사봉을 잡게 될 경우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호락호락 자유투표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자유투표 실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이 이처럼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놓고 더민주와 공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대여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야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나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더민주의 양보나 측면지원을 요구하는, 즉 외곽 때리기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차지할 경우 야당 몫 국회부의장을 차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2개 정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나 보건복지위 등 상징성이 큰 자리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입장이 오락가락했던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은 어디에서 가져가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갖는 것이 원칙이어서 설사 국민의당에 배정이 된다고 해도 소화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민주가 갖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초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야당이 되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가 최근 다시 법사위원장은 무조건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으며, 이번엔 아예 더민주의 몫으로 못을 박아 버린 것이다.
그러나 20대 국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당 사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감과 실리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언제든지 제휴 상대를 갈아치우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야당의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실제 야권공조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