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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해묵은 ‘최저 판매가격제’ 논란, 이번엔 정착될까

제조사가 판매 가격 결정? ‘10년 논쟁’ 종지부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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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6.04 08:14:48

▲공정위가 그동안 위법으로 규정한 ‘재판매가 유지행위’가 일부 허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예외적 규정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입구. (사진=김유림 기자)

제조사가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제조사가 판매 가격을 정해 유통사가 그 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저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재판매가 유지행위)’가 조만간 일부 경우에 한해 허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조사는 이번 규제 개선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유통사와 소비자는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공정위, 제조사 최저판매가격 보장
“시장자율 위배” 대리점들 반발
소비자들 “물가인상 수순” 우려


그동안 ‘재판매가 유지행위’는 법으로 금지해 왔다. 시장자율을 헤치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 후생 증대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크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재판매가 유지행위는 계속된 단속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계속 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수년간 적발한 업체만 해도 수십 곳에 이른다. ▲식품업계(해태음료,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한국인삼공사 등) ▲화장품업계(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골프용품(테일러메이드, 한국캘러웨이골프 등) ▲제약업계(한미약품, 녹십자, 동아제약 등)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법 규제를 어겼다. 

제조사들은 유통단계별 출하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보다 낮춰서 파는 대리점에는 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제품회수 등 불이익을 줬다.

일부 제조기업은 대리점에 일정가격 이하로 할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각서까지 요구한 사실이 적발돼 ‘재판매가 유지행위’로는 사상 최대인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1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일이 발생하면 보증금 1000만원을 본사(제조사) 뜻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내용의 각서였다. 보증금 1000만원을 볼모로 대리점을 압박한 것.

▲최근 수년간 식품업계, 화장품업계 등 여러 분야의 제조사들이 대리점에 본사가 지정한 가격에 판매할 것을 강요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사진=방송화면캡처)

대기업 기저귀 제품을 납품받고 있는 한 대리점주는 CNB에 “지금도 제조사들이 이미 대리점에 판매 가격을 사실상 정해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본사(제조사)는 마트 납품가격 공시표를 각 대리점에 전달하고 있다. 만약 그 가격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지적을 당한다. 하지만 공시표 자체가 불법이라 현재는 권고만 할 뿐, 큰 불이익을 주지는 않고 있다. 만약 재판매가 유지행위가 일부 허용된다면 제조사가 대리점에 하는 ‘갑질’이 더 심해질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가격 가이드라인을 지키게 되면 오히려 음성적인 마케팅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가격 경쟁을 대놓고 할 수 없으니 물건을 더 얹어주는 1+1 판매방식 등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대리점·마트 이해관계 얽혀

소비자들은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소비자 정소영(29·여) 씨는 “지금도 기업들이 온갖 구실을 대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국 물가는 한번 오르면 절대 내리는 일이 없는데, 이번 규제완화는 대놓고 제조사들이 가격을 올리게 해주는 법안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는 골프용품 수입업체들이 대리점에 판매 기준가격(재판매가)을 정해주고, 그 가격 이하로는 못 팔도록 강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다 공정위에 무더기로 적발된 바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재판매가 유지행위가 허용될 경우, 골프용품 같은 독점 수입업체들의 판매가격이 지금보다 올라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레저업계 한 관계자는 “독점 품목은 비싸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보다 높은 판매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제조사가 유통업체에 가격을 정할 수 있는 행위가 일부 허용될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재판매가 유지행위 허용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 측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송상민 과장은 CNB에 “예전에는 재판매가 유지행위가 적발되면 무조건 위법으로 처벌을 해왔다. 하지만 한미약품,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골프) 등 다수의 기업들이 공정위에 소송을 걸어왔다”며 “대법원 판결 결과를 종합하면 소비자 후생 증대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크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최저판매가격을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조사보다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유통사들은 재판매가 유지행위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CNB에 “만약 제조사에서 갑자기 제품 가격(재판매가 유지)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유통사에서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이마트의 소비자 제품가격이 오를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에도 제조업체들과 협의를 통해서 단가를 책정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제조사 측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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