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6.17 10:19:54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16일 국회에서 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취임 후 언론인과 처음으로 가진 인터넷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사진=연합뉴스)
정 의장은 16일 국회에서 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취임 후 언론인과 처음으로 가진 인터넷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의 간접고용 문제를 언급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근로자는 총 207명으로 3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1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정 의장은 비정규직인 이들을 직접고용으로 바꿀 방침이라는 것이다.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의 직접 고용 논의는 18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출신의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접 고용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되지는 않은 채 유야무야 됐으며, 19대 국회에서도 운영위원회 산하 제도개선소위원회가 직접고용 전환을 논의했지만 공공분야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새누리당과 우선 국회내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해야한다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의 이견이 맞서면서 합의가 무산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2013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자들인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겨냥해 “이 사람(청소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무관리 문제도 그렇고, 이제 노동 3권이 보장되면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할 텐데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겠냐”라며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막말에 대한 보도를 통해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다음 달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청소용역인지 뭔지 때문에 요즘 죽을 맛이다. 악성 댓글로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알겠다”라며 자신이 마치 마녀사냥이라도 당한 것처럼 강변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문제는 국회 직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국회운영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장의 의지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동안 국회 내에서도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의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민주의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와 정부, 공공분야와 민간까지 외주와 하청은 마치 비용절감의 만능열쇠인양 활용되어왔다”며 “국회의 이러한 결정이 오늘날 우리사회가 직면한 ‘위험의 외주화’ 확산을 단계적으로 차단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극 환영했다.
▲국회 환경미화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여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우리 청소근로자들은 국회사무처와 용역업체간 계약에 따라 3년마다 회사가 바뀌어 언제든지 일터를 잃을 수 있다는 부담에 시달려왔다”며 “이에 직접고용을 간곡히 부탁했는데 19대 국회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우리 청소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접고용 방침을 밝혀주시니 지난 세월 차별과 설움이 생각나서....”라며 '툭하면 파업할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느냐'라고 말한 친박 김태흠 의원의 발언이 떠오른 듯 끝내 고개를 떨구었다.
또한 김 위원장은 19대 국회사무처가 지난달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의 사무실 증축 작업을 하면서 국회의사당 2층에 있는 미화원들의 휴게실 퇴거를 통보한 설움이 북받쳤는지 “힘없고 빽없는 우리들을 위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신 정세균 의장과 더민주 의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을 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였다.
이에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소식에 자리를 함께한 더민주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은수미, 유은혜, 이학영 의원 등은 울먹이는 김 위원장의 어깨를 뒤에서 따스하게 감쌌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환경미화원들은 직접고용 소식이 믿기지 않은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우리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기자들 앞에서 했다가 없던 일이 될까 어떤 말도 못하겠지만 어쨌든 정말 좋다"라고 웃음 지었으며 다른 미화원은 “그동안 의원님들이 몇 년 동안 애쓰신 보람이 열매 맺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미화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여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서로 악수하며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이들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결정권자의 의지만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며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뀐다는 말을 실감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환경미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정세균 의장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시작일 뿐”이라며 “진짜 국회가 할 일은 관련법 재·개정을 통해 우리사회에 날로 늘어가는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이들의 직접 고용 전환 과정에서 기존 정년 등 노동조건의 저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환경미화업무 외에도 시설관리와 주차관리, 특수경비 등 기타 용역에 대한 직접고용도 둘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