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6.29 10:46:36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천정배 공동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론을 논의한 28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당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본인 책임론을 전격적으로 제기하면서 당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홍보비 파동의 늪에 빠져 한 달 가까이 당이 허우적거리면서 자신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깊어지는 국면에서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이지만 곧바로 의원들이 만류에 나서 일단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안 대표는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내세워 온 아이콘인 '새 정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전날 의총에서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에 대한 출당과 제명 카드를 먼저 꺼낸 데 이어 거취 표명까지 나와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안 대표로서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 프레임을 돌파하고 중간지대에서 제3당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창당한 지 석달도 지나지 않아 최대 위기에 오른 셈이며, 더구나 리베이트 의혹 사건 과정에서 리더십 성적표는 평균 이하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즉 이번 파동의 원인이 당내 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안 대표가 당내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따랐으며, 특히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렸으나 ‘용두사미’로 끝난 데다, 검찰이 아닌 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홍보비 파동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당내 통제력에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구나 당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당헌당규에 따른 처리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서도 일부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사자 출당론이 불거지는 등 당이 점차 사분오열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안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출당 주장을 하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따라서 안 대표가 사퇴할 경우 천정배 공동대표도 동반사퇴 할 가능성이 제기돼 이 경우 국민의당 지도부는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서 곧바로 전당대회 준비 체제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은 지금 현재 생각할 수가 없다”며 “안 대표가 창당을 하고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게 지금 불과 2달도 안 됐다”고 '안 대표 사퇴'에 반대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이 전혀 정비가 안 됐기 때문에 오히려 당을 추스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근간을 만드는 것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좋다”며 “당을 이끄는 모습이 더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울러 박 원내대표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조치 수위와 관련해 “지금 국민들은 당헌당규보다는 문제가 됐으면 당연히 의원직을 내려놓기를 요구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이 탈당하는 길밖에 없다”고 두 의원들을 압박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당사자들은 (검찰과) 싸워야 되기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당사자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결백하고 법정에서 또는 검찰과 싸워볼만 하다는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안 대표는 '새정치'를 하는 당으로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관위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자랑스럽지 못하다며 처음부터 (두 의원에 대해) 출당, 제명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