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가 7월 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에 앞서 현대해상은 희망퇴직 신청·접수를 마감했다. (사진=메리츠화재, 현대해상)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가 감원에 나설 때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손해보험업계가 희망퇴직에 나서 주목된다. 생명보험업계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사했던 손보업계마저 인력조정에 나서면서 금융권에서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CNB=이성호 기자)
메리츠화재·현대해상 희망퇴직 실시
잘 버티든 손보업계 이상신호 감지?
업계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 대비”
메리츠화재는 희망퇴직을 단행키로 했다. 점포 수를 절반 가량 축소함에 따른 인력감축이다. 전국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102개 초대형 점포(본부)로 통폐합시킬 예정인 것.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CNB에 “점포가 통합되면서 7월 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며 “인위적으로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채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인영업 조직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말 그대로 원하는 직원들만 접수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당시 전체 직원의 약 16%인 406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청대상이 개인영업 부문 소속 직원으로만 국한됐다.
퇴직자들에게는 기본임금의 최대 32개월분 이외에도 자녀교육비 1000만원 등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퇴직 규모를 정해 놓고 무리·가혹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신청자에 한해서만 절차를 밟게 되는 것으로 노조와의 협의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해상도 13년 만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받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CNB에 “2주간에 걸친 신청 접수는 마감됐고 조만간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년 분 임금과 1000만원~3000만원 수준의 정착지원금이 주어진다. 16년 이상 근속자 및 만 45세 이상 직원 2000명이 대상이나 실제 퇴직 규모는 100여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희망퇴직 배경과 관련해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인해) 인사가 적체돼 있고 이러한 부문에 전 직원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는 차원도 있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인력감축 진짜 이유 ‘의문’
사실 그동안 손보업계는 타 금융권에 비해 인력 감축 부문에서 조금 비켜나 있었다. 경제불황 지속과 초저금리 시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은행·증권 등 금융권의 직원 수 줄이기는 매년 일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는 지난 2014년부터 감원 광풍이 몰아쳤었다. 이 해에 삼성생명이 1000명을 감원했고, 한화생명은 840명, 교보생명 480명이 짐을 쌓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 임직원 수(보험설계사 제외)는 2013년(12월기준) 3만380명에서 2014년(12월) 2만8111명으로 대폭 줄었고 2015년(12월) 2만7309명, 2016년 3월 기준 2만7340명으로 집계됐다. 핀테크의 발달 등으로 인해 고객과의 대면 거래가 줄어드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손보사의 경우 임직원 수(설계사 제외)는 2013년(12월) 3만3479명, 2014년(12월) 3만3047명, 2015년 3만2373명, 2016년 3월 기준 3만2541명으로 변동 폭이 생보사와 비교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손보사의 인력 변화가 적은 까닭으로는 생보사들이 장기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와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이 심각히 발생하고 있는데 반해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등 중단기 상품에 주력했고 자산 대비 인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 손보사는 본래의 업인 보험영업에서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2015년까지 7조5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지난해 기준 현대해상의 손해율(수입보험료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 100% 넘으면 ‘적자’)은 153.9%였고 ▲흥국화재 153.1% ▲한화손보 148.8% ▲롯데손보 136.4% ▲메리츠화재 133.7% ▲동부화재 130.5% ▲KB손보 128.8% ▲AIG손보 126.5% ▲MG손보 119.9% ▲삼성화재 105.8% 등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보험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영업이익으로 만회해 수익을 냈지만 손보사·재보험사들의 2015년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79%로 2014년 3.94%보다 0.15%포인트 떨어졌다. 손보사만 따로 보면 운용자산이익률은 2010년 5.50에서 2014년 3.97로 하락세다.
그러나 사정에 변화가 생겼다. 증권가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올해 실적은 호조세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고 실손보험료도 올랐다. 손해율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현재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이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지금의 경영 상태가 주된 원인이기 보다는 향후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보자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타 손보사들에게도 희망퇴직이 확산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