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7.28 19:09:16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앞서 재판관들이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헌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사실상 '예외'로 인정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그렇찮아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제5의 권력'으로 통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견제할 제도적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장 포괄적인 반(反) 부패법인 김영란법에서 조차 '면죄부'를 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는 금지된 부정청탁 유형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
이 내용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 원안에 없었으나 국회정무위 심의과정에서 여야가 슬그머니 집어넣어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셀프 구제’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지만 국민권익위와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들은 공익적인 청탁만 처벌 대상이 아닐 뿐이며 부정청탁으로 드러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는 형사적으로 처벌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권익위 관계자는 “법에서 금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며 “다만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회사무처 관계자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금품 수수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고충을 정부를 포함한 관련 기구에 전달하는 기능이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게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형법상으로 입법 로비를 금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공익적인 청탁’과 ‘부정청탁’을 과연 어떤 잣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 구분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김재윤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입법 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게 드러나 실형이 확정됐고, 국민의당 신학용 전 의원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따라서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이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하는 등 여야 일부에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거나 동조하는 의견을 제기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에 강 의원은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면책의 통로를 마련해 부정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다”면서 “반드시 법 시행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지낸 더민주 이상민 의원도 “국회의원들만 그 법을 적용했을 때 고충이 있다고 상정하고, 의원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잣대는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야권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이어 이 의원은 “공적기능을 담당한다는 근거로 언론사나 사립교육기관을 넣었다면 시민단체와 은행, 금융기관, 방위산업체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어떤 대상은 빼고 어떤 대상을 넣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에 치중해 합헌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하면서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으며, 한국 기자협회 역시 “언론인을 대상자에 포함시켜 언론은 위축되고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