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8.07 16:42:37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사드대책위 간사가 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초선 의원 6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 새누리당의 비난이 일자 이를 반박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상호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특히 당 사드대책위 간사 김영호 의원을 중심으로 일부 초선 의원들이 우상호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중국방문 계획을 세우자 일각에서는 “결국은 더민주가 사드 반대로 곧 당론을 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김 대표가 5일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이 같은 흐름에 급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8일 중국 방문에 나서기로 해 이 같은 당내의 혼란상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장본인들인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초선의원 6명은 휴가에서 돌아온 김 대표가 이번 방중에 노골적으로 제동을 거는 발언을 내놓았으나 방중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양측 사이에 전선(戰線)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방중을 놓고 외부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점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번 방중을 “매국행위”로 규정하면서 파상적 공세를 펴는데 이어 야권의 공조대상인 국민의당 내에서도 비판론 내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당내 혼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이들 의원의 방중을 1면 톱으로 보도하고 이번 방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부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애초 사드배치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서 신중론으로 일관하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일 김 대표가 여름휴가를 떠난 후 당내에서는 사드반대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졌다.
김 대표는 전날 최근 언론과의 통화에서 초선들의 중국방문에 대해 “괜히 갔다가 중국에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놨으며, 사드 반대 기류가 강해지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다보니 예전 모습이 다시 나오는 것"이라며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짙은 우려감이 깔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김 대표는 이들 초선의원과 사실상 보조를 맞춰 사드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차기 당권주자들을 겨냥해 “당 대표 선거를 의식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세상을 보는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얘기”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으나 강경론은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번 방중을 주도하는 김영호 의원은 이7일 CNB 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당 비공식 행사에 불과했던 이번 중국방문을 여당인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이 ‘침소봉대’하면서 중국이 이번 방중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커졌다”고 화살을 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에 돌리면서 “환구시보의 보도를 보고 중국 현지 지인에게 상황을 체크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8일 출국은 계획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초선의원들의 방중을 두고 소란스러운데, 그러면 환구시보 사설만 보고 살라는 것이냐”라며 이번 방중을 옹호하면서도 “중국 역할론에 기대는 것은 문제다. 한반도 5천년 역사 속에 중국이 우리를 위해서 한 역할이 없지만, 적어도 미국은 한국전쟁 때 우리를 지켜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부딪히며 좀처럼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가운데, 여당은 물론 국민의당에서도 초선의원들의 방중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더민주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더민주 의원들이 중국에 가는 것보다 당내에서 사드배치 철회 당론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외교적으로 미묘한 시점에서 중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면서 “그런 우려대로 중국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 자체에 대해선 반대하지는 않지만, 방중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활용당할 가능성에 대해선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꽉 막힌 한중관계 속에 정부와 여당도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면서 “건설적인 우려와 조언은 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정치적 쟁점으로 삼고 색깔론 공세를 펴는 것은 그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여권의 공세를 반박했다.
그런면서 기 원내대변인은 “외교적 문제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노림수를 갖고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대응할 역량을 우리 의원들이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환구시보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국익을 해치는 언행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