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8.07 16:37:35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6일 오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평화의밤 콘서트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목포=연합뉴스)
세 사람 모두 제각기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저마다 야권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호남의 ‘적자’로 인정받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모습은 일맥상통 했다.
문 전 대표로서는 등 돌린 호남민심을 되찾는 게 큰 숙제이고 손 전 상임고문으로서는 정계복귀 수순을 밟으며 야권재편까지 염두에 둔 상황에서 호남을 잡는 게 급선무였으며 안 전 대표는 최근 떨어지는 당의 호남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게 가장 시급했기 때문에 이날 행사장에서는 이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되기도 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네팔에 다녀온 후 첫 공개일정으로 이날 행사를 택한 문 전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이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5·18 희생자 어머니들로 구성된 합창단 단원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일생을 그린 연극이 공연될 때에는 심각하게 무대를 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축사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야권대통합으로 민주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정권교체 해 달라” 는 말을 인용하며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님의 유지를 잇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직전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정작 당은 호남에서 참패해 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대권도전을 위해 호남민심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서는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문 전 대표를 향해 “호남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곳이 아니다”라고 항의하다 제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손 전 상임고문의 경우 축사도 거부하고, 자리 배치도 맨 앞줄이 아닌 중간을 택하는 등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참석자들이 이름을 연호할 때에는 일어나서 손을 흔드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 야권 인사들이 차례로 찾아와 인사하자 반갑게 맞기도 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5번의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되면서 인동초정신을 보여주셨다"며 "우리도 이 위기를 김대중 정신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7일 김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진행된 추도식을 마치고 "김대중 선생은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고 선각자다"라고 언급 하면서 “2년 전 정치를 떠날 때 아침에 조용히 집사람과 둘이 김대중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강진에 갔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은) 1970년에 대중경제론을 설파하셨고, 4대 강국에 의한 안전보장론을 말씀하셨다”며 “지금 우리 현실을 이미 40∼50년 전에 말씀하신 선각자고 선지자다. 비전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임 기간 업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손 전 고문은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절벽에 처해있는데 미래를 보는 정치가,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대중 선생의 정치는 우리에게 굳건히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부연했다.
정계복귀 시기와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손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 영정에 분향하고 절을 올렸으며, 동상을 어루만지고 추모시설을 둘러보는 등 조용한 참배를 한 뒤 캠프 참가자들과 모래구미해수욕장을 찾아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고, 큰바위얼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일정을 마친 손 전 고문은 하의도에서 목포를 거쳐 강진으로 돌아갔다.
1박 2일간 진행된 캠프에 참여한 손 전 고문은 전날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평화와 희망의 밤 콘서트'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각각 조우했다.
한편 안 전 대표의 경우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고 영상메시지를 통해 “남북화해와 동북아 평화를 이끈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사무치게 그립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적 문제인식,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겠다”고 강조하면서 DJ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 전 대표의 '제3당 실험'으로 탄생한 국민의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지율이 더민주에 밀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