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8.15 11:55:26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독도방문단’ 소속 의원 10명은 제71주년 8·15광복절인 15일 오전 8시 현역 의원으로는 지난 2013년 8월 14일 이후 꼭 3년 만에 헬기로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독도를 방문했다.
현직 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광복절 전날인 지난 2013년 8월 14일 항일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새누리당 김을동 당시 의원이 여성 당직자 30여명과 함께 찾은 게 마지막이었다.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인 나 의원은 이날 출발하기 전 언론과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이번 독도 방문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한데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통상적인 의정 활동의 하나로서 우리의 영토를 방문해 그곳을 지키는 경비대를 격려하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면서 “일본이 과민하게 반응하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어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방문에는 새누리당 박명재·성일종·강효상·김성태(비례)·이종명·윤종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황희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초당파적으로 함께하고 있으며, 의원들은 독도경비대를 찾아 대원들을 격려하고 섬의 시설과 해양 생태 등을 둘러본 뒤 국토의 서쪽 끝 격렬비열도에서 동쪽 끝 독도를 자전거로 횡단해 광복절에 도착하는 ‘독도 사랑 운동본부’ 회원들도 만나 격려한 뒤 오후 4기경 귀경할 예정이다.
▲독도를 일본땅으로 표시한 올해판 일본 방위백서의 지도.(자료사진=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주일 한국대사관 이희섭 정무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으며, 같은 날 주한 일본대사관도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우리 의원이 방문하는 것에 대한 일본 측의 항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일본 측의 부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일본의 문제제기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단호하게 대응하되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이 방위백서에서 12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외교청서에서도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 외교적 이슈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보이고 있어 정부로서는 당분간 일본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이 도리어 일본이 독도 문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기 위해 국제분쟁지역화하는 것을 돕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몇몇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단체 방문은 거의 매년 시도됐으나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독도는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우리가 방문을 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현실 문제로서 어떻게 일본 쪽에서 나올지를 계산하고 하는 행동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것이 사실상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지교수는 "주권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한다"며 “방문단은 △독도 경비대 격려 △독도 시설 및 해양 생태 점검을 방문 이유로 꼽고 있어 그게 전부라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왜 굳이 예민한 8월15일에 가는가가 또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지 교수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로 들어 “일본도 야스쿠니 신사를 봄·가을에 있는 정기 행사 때 방문하는 것과 달리 8월15일에 간다면 큰 문제가 된다”며 “광복절의 상징성에 비추어 봤을때 이날 방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감정을 이용한 하나의 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하지만 외교전략 적으로는 낭비”라고 주장하면서 “지금 독도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고, 매일 수백명의 한국인이 자유롭게 독도를 왕래하는 상황에서 굳이 정치인들이 광복절이라는 시기에 맞춰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일본에 안줘도 될 명분을 만들어주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라고 설명해 이번 의원들의 독도 방문이 영토와 주권문제를 넘어 외교적으로 악수(惡手)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