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11.03 14:47:41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집무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전 정연국 대변인의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한광옥(74ㆍ전북 전주)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그리고 정무수석에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허원제(65ㆍ경남 고성)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로 전격 내정한 데 이어 새 비서실장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 위원장을 발탁함으로써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에 따라 진행한 청와대 및 내각 인적쇄신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제시한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에 대해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초래하며 야당이 인사청문회 거부 방침을 밝히는 등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며 특히 야권에서 ‘하야 요구’가 분출하는 등 강경 대응 목소리가 비등한 가운데 비서실장 교체 인사도 정치권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4선 의원 출신의 한 신임 비서실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으며,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00% 대한민국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에 정 대변인은 “한 비서실장은 민주화와 국민화합을 위해 헌신해 온 분으로, 오랜 경륜과 다양한 경험은 물론 평생 신념으로 살아온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국민적 시각에서 보좌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돼 발탁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 허원제 전 의원을 임명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정 대변인은 “허 신임 수석은 언론과 국회, 정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고, 현 상황에서 국회 및 각계각층과 긴밀하게 소통·협조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이 막중함을 명심하고 헌신적으로 일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특히 한 내정자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노사정위원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풍부한 정치 경험과 식견을 갖추어 비서실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파를 초월한 위치에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과 인품을 가진 훌륭한 분”이라며 “어렵고 혼란한 정국에서 국가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불통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야당은커녕 여당과도 대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식의 인사로 어떻게 국정 파행을 수습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금 대변인은 한 내정자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전격 합류한 분으로 말 갈아타듯 당을 갈아타신 분”이라며 “이런 분을 얼굴마담 비서실장으로 내세운 것은 거국내각 코스프레에 이은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금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임명하기 전에 먼저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이 점만 보더라도 신임 한광옥 비서실장 역시 또 한 명의 허수아비가 될 것이 틀림없다”며 “대통령은 자기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비서실장을 기용하는 데 국민을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은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러들이는 것인가”라며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국면전환용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손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것 외에 국민 대통합을 위해 한광옥 씨가 한 일을 찾기 어렵다”며 “한광옥 씨에게 묻고 싶다. 한광옥 씨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현 시국에서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을 수락할 수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