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7.01.12 13:27:14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5시경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라는 ‘귀국 메시지’ 갖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유순택여사.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날 반 전 총장이 탄 아시아나 항공기의 도착 시각은 편서풍 영향으로 당초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5시30분에서 30분가량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 전 총장은 입국장에 도착해 취재진을 상대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메시지 ‘귀국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활동 결과도 간략히 설명하는 동시에 자신을 향해 제기된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선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자신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벽(한국시각) 뉴욕 JFK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민망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 등 정치 현안,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견해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애초 계획했던 대중교통 이용은 퇴근 시간대와 겹치면서 주위에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실무 준비팀 내부의 지적에 따라 취소하고 승용차를 타고 사당동 자택으로 직행한 뒤 이튿날인 13일 오전 9시 자택에서 지근거리인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할 예정이다.
한편 보수성향의 반 전 총장이 현실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경로로 ‘러브콜’을 보내는 등 영입을 위한 물밑 쟁탈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일제히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노골적인 구애를 자제하고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 보겠다’며 검증의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몸값 높이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전 국민의 자랑이자 국가적 자산임을 잊지 말고, 이 엄중한 조국에서 품격과 수준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요즘 반 전 총장을 두고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해명하고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내부적으로는 현실적으로 여권 내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반 전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한 신경전이 뜨거운 상황인 가운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일단 설 연휴 전까지는 정치적 행보를 지양하고 추이를 지켜볼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충청권 의원 연쇄탈당의 키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아마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탈정치 민생 행보’에 치중할 것”이라며 “나를 비롯한 정당 정치인들은 그런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돕기 위해 면담 시기를 설 연휴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