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각자 상대 후보에 맹공을 펴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온 힘을 쏟았으며, 특히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례적으로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평소 자신의 ‘직설화법’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다른 후보들에게 날을 세웠지만, 그만큼 다른 후보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으면서 ‘전방위 전투’를 벌였으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통해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특히 홍 후보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 리허설에서 문 후보는 최근 홍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 나가 “잘 안 들린다”고 한 것을 빗댄 듯 ‘마이크 테스트’를 하면서 “홍 후보 말씀 좀 해주시라. 잘 안 들릴 수가 있다”고 말하자 이에 홍 후보는 “문 후보 신수가 훤하다. 불편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고 농담으로 답하는 분위기가 예상보다 부드러웠으나 토론이 시작된 이후에는 본격적인 설전이 이어졌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 공세’를 받은 것은 최근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였던 안 후보였으며, 이를 위해 문 후보, 홍 후보, 심 후보, 유 후보 모두 자신의 주도권 토론 첫 질문은 안 후보에게 할애하기도 햇으며, 이에 안 후보는 “전부 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제가 가장 주적(主敵)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때에는 문 후보에게 가장 먼저 질문을 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6분 가운데 5분을 문 후보에게 할애하면서 “문 후보가 저에게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이다”고 비판하자 문 후보는 “좋다. 자유한국당 사람들과 극우 논객들의 지지는 짝사랑이라고 치자. 국민의당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응수하는 등 ‘양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문 후보는 안 후보의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5.18과 6.15선언의 당 강령 삭제 논란을 두고 “민주당 대표하실 때 5.18정신과 6.16선언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상황 변화가 없는데 입장이 달라졌느냐”고 질문했고, 안 후보는 “실무선에서 잘못된 발언이 나온 거고 바로잡았다”고 답하자 문 후보는 “비판받아 철회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잘못된 흑색선전이다”고 맞받았다.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홍 후보는 자신에 대한 유 후보의 공세가 거세자 “지금 주적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한테 공격해야지 지금부터 계속 그래서 되겠나”라고 말하자 이에 문 후보는 “왜 내가 주적인가”라고 맞받았고, 홍 후보는 “친북 좌파이기 때문에 그렇지”라고 물러서지 않았으며, 문 후보는 어이없다는 듯 “하하하”라고 웃었다.
이에 홍 후보는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유엔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에 물어보자고 하지 않았나. 또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취소할 것이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이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유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문 후보에게 “처음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 지금은 바꿨다. 입장이 애매하니 중국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문 후보는 “사드는 한계가 있는 방어용 무기 아닌가. 더 바람직한 건 완전히 북핵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북한이 핵 도발을 강행하면 사드 배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작년 9월 9일 5차 핵실험을 했다. 그때는 배치에 반대하다 6차 핵실험하면 찬성하겠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꼬집자, 문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북핵 폐기를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지 않았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앞서 홍 후보는 보수에서 갈라져 나온 유 후보를 향해 “유 후보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 ‘줄푸세’를 공약했다. 지금 와서 이것을 완전히 뒤집었다”며 “시중에서는 강남 좌파라는 얘기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유 후보는 “홍 후보가 극우파, 극보수 후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강남좌파라는 평에 동의 않는다”며 “홍 후보처럼 재벌, 대기업 이익만 대변해서는 보수가 설 땅이 없다”고 맞받아 치는 등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감정섞인 공방을 벌였다.
그리고 홍 후보가 계속해서 ‘줄푸세’ 정책 뒤집기, 강남좌파를 언급하며 공격에 나서자 유 후보는 “줄푸세는 내가 한 게 아니고, 당시에도 세금 줄이는 정책에는 반대해왔다”며 “홍 후보가 누구보다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재벌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들을 고수하는데 그래서는 보수는 앞으로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한다고 24시간도 모자랄 판인데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야 하지 않냐”고 비꼬았고 홍 후보는 “예전 이정희 의원 보는 느낌이다. 주적인 문 후보를 공격해야지 계속 그렇게 말하느냐”고 맞받았다.
한편 첫 토론회이라서 그런지 문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된 언급을 하다가 ‘이재명 부회장’으로 이름을 잘못 불렀고, 유 후보의 이름을 ‘유승민’이 아닌 ‘유시민’으로 잘못 호칭하기도 했으며, 홍 후보도 ‘정책검증 발표’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나왔다가, 발표 이후 안 후보의 자리로 잘못 돌아가 앉는 등 일부 후보들의 실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