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7.06.08 11:41:35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며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에 따른 궐위 선거를 통해 ‘인수위 없이’ 국정의 키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9일로 취임한지 한달 째를 맞아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 첫날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한 것은 국민을 향해 국가지도자가 직접 소통하고 책임지는 문재인 정부의 서막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 ‘개혁’의 방향과 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비상한 상황인식 속에서 당선 이튿날부터 그동안 많은 생각을 통해 준비했던 어젠다들을 하나둘 씩 구체화하는 ‘속도전’을 펼쳐왔고 이 같은 행보는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국정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그로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장기간 이어져 온 국정 공백을 단숨에 메우고 새 정부 운영의 기초를 다지는 데 있어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인사검증 부실로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긴요한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고 외교적 난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틀을 안정적으로 다졌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시작 첫날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한 것은 국민을 향해 국가지도자가 직접 소통하고 책임지는 문재인 정부의 서막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특히 문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개혁’에 올려놓고 검찰과 군(軍),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을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렸고 ‘4대강’과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문제 등의 핵심적 개혁과제들을 직접 챙기는 등 대선 기간 밝혀온 개혁 구상을 대통령의 고유한 행정권한인 ‘업무지시’ 형태로 내놓으면서 구체화해나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국정교과서 폐지·‘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지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을 통한 미세먼지 응급감축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이 차례로 발표됐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 기간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를 듣고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고 미세먼지 문제로 걱정하는 초등학생과 부모를 만나는 현장 행보로 각 개혁과제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등 업무지시가 단순한 개혁 공약의 구체화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오른쪽 둘째)은 입을 다물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조사로 소위 ‘물먹었던’ 윤석열 검사를 발탁하고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 인사 등이 대표적인 ‘개혁인사’였으며, 특히 서훈 국정원장의 기용은 국내 정보담당관제 폐지를 비롯해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을 정의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또 하나는 ‘파격’으로 대선후보 시절부터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해 전임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탈권위 행보는 취임 당일부터 화제가 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친 후 차에 오르기 전 여야 지도부와 당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신선한 ‘충격’을 준 장면의 이면에는 경호의 수위를 낮추고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당부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관저가 정비되기 전까지 홍은동 사저에서 출근할 때마다 주민의 ‘셀카’ 요구에 일일이 응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을 보고 차에서 내려 먼저 인사를 건넨 것, 특히 사인을 받을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는 어린이의 가방은 잡아주면서 끝까지 기다려준 것도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됐다.
이처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문 대통령이 파격적인 행보나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84%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 처럼 우호적인 국민 여론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일련의 개혁조치들은 특히 배경과 출신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탕평인사’ 원칙에 따라 국민통합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국정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통합’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를 도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라 불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문 대통령은 취임선서 당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저의 국민”이라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인선이었으며,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서도 좌와 우를 아우르는 ‘보훈정책’을 강조함으로써 단순히 ‘보훈’을 넘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탈 이념적 국민통합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온·오프라인으로 ‘국민인수위’를 설치해 국정운영의 아이디어를 국민으로부터 직접 구하겠다는 구상 등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초기 국정운영에 국민이 높은 점수를 주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든 문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은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사로서 잇따른 수석비서관급 하차에 국무위원 인선이 인사검증으로 난항을 겪고 있고 있는데다 인사청문회를 고리로 한 야당의 공세도 치열한 형국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여권의 삼각 축인 당·정·청이 정책 면에서 일체감 있게 보조를 맞추는 것 역시 과제로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는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상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것도 숙제로서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진영 간 이견이 감지되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대외적인 이슈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