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후(한국시각) 늦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내 회담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앞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로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비난하며 회담 무산을 경고한 것과 관련해 “최근 당신들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 때문에 애석하게도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당신들의 핵 능력에 대해 얘기하지만 우리의 핵능력은 거대하고 강력해서 신에게 이것들이 사용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면서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당신이 이 중요한 정상회담에 대해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말해 향후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는, 특히 북한은 항구적 평화와 위대한 번영, 부를 위한 중대한 기회를 놓쳤다”며 “이 잃어버린 기회는 역사적으로 진정 슬픈 순간”이라고 말해 다음달 12일 갖기로 했던 북미정상회담은 일단 취소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선언은 북한 김 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했던 풍계리 핵실험을 폐기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북한의 반발과 대미 불신은 크게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 또한 한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일방 파기한 것이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운신 폭이 극도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는 그가 팬스 부통령과 볼턴 안보보좌관의 강경 대북정책을 선택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해, 해빙 기류를 타던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는 등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어 청와대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 직후인 이날 밤 11시30분 외교·안보 참모들과 관계장관들을 관저로 긴급 소집해 상황 분석 및 대책 논의에 돌입했으며, 이와 관련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문 대통령은 오늘 밤 11시 30분 임종석 비서실장,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전문이다.
“친애하는 위원장
우리는 양쪽 모두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회담에 관련하여 당신이 시간과 인내, 노력을 보여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회담이 북한에 의해 요청됐다는 것을 전해 들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는 전적으로 별개의 일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그곳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다.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하여,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이 서한은 우리 양측을 위한 것이지만 전 세계를 해치는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나는 아주 멋진 대화가 당신과 나 사이에서 준비돼가고 있다고 느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오직 그 대화이다.
언젠가는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그러는 사이,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있는 인질들의 석방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그것은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평가를 받았다.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
이 세계, 그리고 특히 북한은 영속적인 평화와 큰 번영, 부유함을 위한 위대한 기회를 잃었다. 이 '잃어버린 기회'는 진실로 역사상 슬픈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