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경유국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체코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라하 시내 힐튼호텔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며 ‘원전세일즈’에 나섰다.
이에 바비시 총리는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 원전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준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추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 브리핑을 한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바비시 총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지만 원전 추가 건설 추진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지만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체코 원전사업에 대한 양 정상 간 상당한 이해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EU(유럽연합) 철강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 제품이 대부분 자동차·가전 등 EU 내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돼 현지 생산증대·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만큼 해당 조치에서 제외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으며, 그리고 “K-9 자주포 수출 등 방산 분야에서 양국의 장점을 살려 완제품 수출, 기술지원 및 공동생산 등 다양한 협력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1990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지속해서 발전해 온 것을 평가하고, 2015년 수립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진전 동향과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체코 측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바비시 총리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북한과 상호 상주공관을 운영 중인 체코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주체코 북한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로서 김 대사는 김일성 주석과 두 번째 아내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북한 권력 핵심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바바시 체코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현지 기업인들과 동포간담회를 열어 체코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공업 국가로서의 협력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제조업 분야 중심이던 기존의 양국 간 협력을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영역으로 확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이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이민역사에도 한·체코 체육대회와 차세대 음악회, 현지 양로원·보육원 위문 등을 통해 모범적으로 활동 중인 체코 동포사회를 격려하며, 앞으로도 활동 폭을 넓혀 양국 관계증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체코한인회 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체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 주재원,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감독, 체코국립극장과 체코국립발레단 단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동포 20여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양동환 현대자동차 체코 법인장, 박현철 두산 인프라코어 유럽 법인장 등 체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과 세계한인경제인협회(OKTA) 프라하 지회의 김만석 회장과 최춘정 부회장, 김창수 감사 겸 한인회장, 이미하 체코 가이드협회 대표, 김현민 프라하 한인민박협회 회장 등 경제인들도 함께했다.
2천500여명이 거주하는 체코 동포사회는 1990년 체코 민주화 이후 인근 유럽에서 한인들이 유입되면서 시작됐으며, 체코한인회는 2011년부터 한·체코 체육대회, 2014년부터 한·체코 차세대 음악회, 2014년부터 사회 소외계층 위문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울러 현대·기아자동차, 넥센타이어, 대한항공 등 30여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주재원과 그 가족이 대부분이고 순수 정착 동포는 5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간담회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중간기착지인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마치고 공군 1호기 편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