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필리핀 방문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회담 결렬 가능성에도 대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며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막을 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앞서 ‘협상 결렬’ 카드도 미리 준비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같은 나라는 최고 지도자들이 큰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회담에 큰 결정들 중에서 여럿을 가지고 갔다”면서 “실제로 두 지도자가 함께할 기회가 생길 때까지는 어떤 것이 채택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준비작업을 했으며, 이번 결과(this outcome)의 가능성도 준비가 돼 있었다”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추후 실무협상 계획에 대해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면서 “우리 각자는 (조직을) 조금 재편(regroup)해야 할 것이며, 하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실무협상)팀은 오래지 않아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마지막 카드로 회담장에서 걸어 나오는 것도 미리 검토했다는 의미로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20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회담 취소 결정을 내려 주도권을 거머쥔 트럼프식 협상술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있다고 자신한다. (북미)양측은 성취하려고 하는 것 사이의 충분한 일치를 봤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호의를 본 만큼 (실무협상) 계획을 강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두세달에 걸친 실무협상에서는 두 정상이 만나 또 한 번 ‘큰 스윙’(big swing)을 하길 바라며 많은 빗질을 해서 길을 깨끗이 치웠다”면서 “실제로 그렇게 됐고 진전을 봤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멀리 가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결렬에 대해 “최종 단계에서 공동성명 서명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전을 이룰 수 있길 희망했는데 그렇지 않아 (트럼프)대통령이 그(회담 결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유지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속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근거는 여전히 있으나 갈 길은 멀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요인이 된 북한의 전면적인 제재 해제 요구가 북미협상 내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막판에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양측에서 이미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북측의) 요구사항 대부분에 놀라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것을 취소하기보다는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처럼 미래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은 합의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많은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고 가정해선 안되며 비핵화 달성이 큰 문제가 됐다”고 말해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을 상응조치로 제시할 수 있었으나, 북한의 미흡한 비핵화 실행조치가 걸림돌이 됐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