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9.03.04 16:44:24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보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양국이 대화를 계속해 내기를 바란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이번에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조속한 3차 북미정상회담을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는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 (따라서)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북미 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대화의 교착이 오래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으므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며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결과에서는 매우 아쉽지만, 그 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논의됐다. 북한 핵 시설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고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코 실패가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됐다”며 “이는 영변 등 핵 시설이나 핵무기 등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공간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계기이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또 하나 과거와 다른 특별한 양상은 합의 불발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양 정상은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고 대화 지속을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는 “플라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문 대통령은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가 논의됐다”며 “북미간 비핵화가 싱가포르 합의 정신에 따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함께 논의하는, 포괄적이고 상호적인 논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 역시 대화의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대화에 대한 낙관적인 의지를 밝힌 점, 또 제재나 군사 훈련 강화 등에 의한 대북 압박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지라도 이번 회담이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강경화 외교·조명균 통일·정경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와 대응책을 보고받을 뒤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으로 북미 모두 대화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NSC 전체회의 주재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작년 6월 14일에 이어 약 9개월 만으로, 하노이 회담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소집된 것으로서 이 발언은 하노이 회담이 비록 결렬로 막을 내렸지만, 북미 간 대화 동력 유지를 위해 조속한 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중재역이 중요해졌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