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이번 주에 예정된 올해 여름휴가를 일본 경제보복 사태로 인한 한일갈등 격화 및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취소한 대신 지난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 다녀온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금요일인 지난 26일 오후 늦게 제주를 찾아 2박3일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휴가 첫날인 이날 집무실로 정상적으로 출근해 공식 일정을 비운 채 참모들로부터 앞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한 가장 큰 이유를 두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이번 주 안으로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이 사안은 정부에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개별 수출 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던 한국 기업은 일일이 품목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해당 조치는 한일 갈등 양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2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나란히 참석해 양 장관 간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향후 사나흘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현 국면이 중대한 분수령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제주를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11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하고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돌아온 지 9개월 반 만이며 경호실장과 부속실장 등 수행인원 역시 최소한으로 제했다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제주방문에서 비공개로 지인을 만난 것 외에는 별도 일정을 잡지 않고서 최근의 각종 국내외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옅은 하늘색 셔츠 차림으로 제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주민들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으며, 대신 집무실에서 참모진의 보고를 받으며 정국 해법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며 특히 여름휴가를 떠났다 30일 복귀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초 각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이와 관련해 참모진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주에는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대신 일본 경제보복 대책 및 한반도 평화 정착 구상 등을 점검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하기로 하면서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으며, 통상 월요일에 열리던 수석·보좌관회의를 취소한 것도 참모나 직원들이 휴가 계획을 바꾸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일본 수출규제 관련 현안을 보고하는 참모들도 휴가를 가지 못하는 분위기”라면서 “휴가를 갔던 참모들도 복귀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해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 문제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와대 참모들도 자진해 휴가를 축소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 주무 부처 수장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7월 중순에 잡아놨던 여름휴가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등 경제부처 장관들의 휴가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도 다음달 8~14일 예정했던 여름휴가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등 한일 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 총리가 일본 문제를 계속 챙겨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본과의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