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전날 한국을 공식 방한 중인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상생 번영을 위한 우리 정부의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에티오피아 측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당부하는 등 한·에티오피아 양자 관계와 지역 정세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전쟁을 함께 치렀던 양국은 이제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불투명하고 북한의 대남 비난이 날로 거세지는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군 ‘각뉴(Kagnew) 부대’를 파병해 한국의 평화·자유를 함께 지켜준 매우 고마운 나라”라며 “한국인은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한국은 아프리카의 중심 국가인 에티오피아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혈맹관계이자 많은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총리 방한을 계기로 우호 협력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키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에티오피아는 오랜 적대관계였던 에리트레아와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남수단 분쟁 중재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아프리카 평화 프로세스를 선도하는 총리의 열정·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유네스코 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경 분쟁을 겪은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수단 문제 중재에도 나서는 등 동아프리카 지역 평화 구축을 위한 아비 총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으며, 이에 아비 총리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에티오피아 측의 확고한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아비 총리는 “양국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평화·환경·지속가능한 발전 등 지역·글로벌 이슈를 공유하는 관계”라며 “한국과 한 단계 관계를 격상해 전략적인 파트너로 발전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비 총리는 “양국은 역사적인 유대관계를 공유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한국 경제 발전 모델을 본받고자 하고 에티오피아 역시 한국 발전 모델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한국의 본을 따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 국가가 몇십년 내로 많은 경제 발전을 구가하도록 한국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희망한다”면서 “한국과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 간 관계가 증대되길 희망하며, 이 과정에서 제가 한국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대사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간 군사 긴장 완화 사실을 언급하면서 “남북관계와 사한 면이 많다”며 “저희가 정치·안보 환경을 개선했듯 문 대통령께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그 성과가 남북관계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아비 총리는 양국 간 통상·투자 증진을 위해서는 투자보장협정 체결,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설립 등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갈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관세행정 현대화, 양국 간 표준협력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에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고, 아비 총리는 양국 간 개발협력 사업이 산업인력 육성 및 과학기술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에티오피아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 총리의 방한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프리카 정상이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청와대는 아비 총리의 방한에 대해 “우리 외교의 지평을 아프리카로 다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비 총리 내외와 에티오피아 대표단을 환영하는 공식 만찬을 개최하며 아비 총리 내외는 공식 방한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