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개봉한 한국영화를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영화의 남성 편중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한국영화산업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중간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봉한 한국영화 총 1,433편에서 여성 제작자 비율은 11.2%, 프로듀서는 18.4%, 감독은 9.7%, 각본은 17.4%, 촬영은 2.7%로 나타났다.
여성의 비율이 가장 낮은 직종은 조명으로 1.4%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직종은 의상(83.1%)과 분장(89.3%)뿐이었다.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편집과 미술도 각각 36.0%와 39.5%로 다른 직종에 비해 높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성의 비율이 높았다.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뚜렷하게 상승한 분야는 없었으며 거의 모든 직종의 여성 비율에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여성영화인의 경력을 감독 중심으로 살펴보면 뒤집힌 깔때기 모양의 경력 전개 양상을 보인다. 2018년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학생의 여성 비율은 59%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입학생의 여성 비율은 30.4%이고 국내 3개 국제영화제(부산, 전주, 부천)의 한국영화 상영작 중(회고전 등의 특별전 제외) 여성 감독 영화 비율은 27.8%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전체 흥행순위 50위 영화 총 468편을 대상으로 캐릭터 분석 결과 10년간 여성 주연 영화의 비율은 24.4%이고, 남성주연영화의 비율은 75.6%를 기록했다.
10년간 크레디트의 등장인물 순서에 따른 주연 1과 주연 2가 모두 남성인 경우는 45.1%로 전체 영화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동안 남성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주연1과 주연2를 모두 여성이 맡은 영화는 8.3%에 불과했다. 참고로 10년 간 여성감독 영화는 6.2%였다.
10년간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50.6%였다. 2014년과 2016년은 각각 66.7%, 63.6%로 통과율이 가장 높은 해였다. 참고로 2016년은 흥행 50위 영화 내에 여성감독 영화 비율과 여성주연 영화 비율이 가장 높은 해이기도 했다.
제1 또는 제2 주연 인물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20대가 39.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30대가 31.9%를 차지했다. 남성은 30대가 42.9%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2.2%를 기록했다. 주연 인물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로 설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연인물의 결혼 비율은 여성이 35.4% 남성은 37.3%이며 죽거나 실종되는 경우는 여성이 19.1%, 남성이 24.9%였다. 예상과 달리 남성이 오히려 죽거나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차후 더 상세히 분석해봐야겠지만 한국흥행영화가 연인, 가족,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남성영웅의 드라마를 선호한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포함한 보다 상세한 연구결과는 오는 10월 5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개최되는 ‘제2회 한국영화 성평등정책 포럼’에 참석하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포럼에는 연구결과 발표와 함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스태프 좌담회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장소는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609호 강의실이며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