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9.10.21 21:11:06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가진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정부가 국민 통합에 앞장서 국론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주문에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관용의 정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생각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증오·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로 이는 민주주의 위기라는 전 세계 국가의 공통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바라는 궁극적 목표는 모두 같을 것이며, 종교가 종교 간 화합을 위해 발전해왔듯이 국민 사이 화합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 우리들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그런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금은 검찰개혁이라든지 공수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그런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박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것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 설치 등의 불발을 우려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아마 앞으로 또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더 높아지고,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하면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한편으로 이번에 우리가 또 하나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한 것은 국민들 사이에 공정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돼있는 그런 불공정까지 모두 다 해소해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다”며 “우리 정치가 아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치권에 각성을 촉구했다.
앞서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인 김성복 목사는 “국민 통합에 종교인이 앞장서 달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으며,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같은 외교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 사이에 분열이 생기지 않게 정부가 앞장서 달라”면서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이며, 정부도 통합에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다양한 색깔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다양한 악기가 모여 오케스트라가 되듯 나와 다른 것을 틀리다고 규정하지 말고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현 정부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올바르다고 확인되는 것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한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범두 천도교 교령은 “‘여우와 두루미’라는 동화는 역지사지를 못 해서 생겨났다”며 “종교 간, 사회 간 통합을 위해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참석자들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당부와 답변도 이어졌다.
한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이 문 대통령에게 ‘화쟁(和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는 등 조 전 장관의 임명 문제 등으로 진영 간 대결 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회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돼 눈길을 끌었다.
원행스님은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야 했으며, 종교인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불교 역사를 대표하는 고승 원효스님은 화쟁의 가르침을 주셨다. 고려시대 의천스님은 원효스님을 평하기를 ‘화백가이쟁지단(和百家異諍之端)’하고 ‘득일대지공지론(得一代至公之論)’을 이루어내신 분이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화쟁’은 원효의 중심 사상으로, 각 종파의 서로 다른 이론을 인정하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통합을 시도하려는 이론으로 원행스님은 의천스님의 평을 두고 ‘온갖 서로 다른 주장의 단서들을 잘 찾아 융합하고 늘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논설을 이뤄내신 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행스님은 “화쟁의 중심은 지극히 공정하고 가장 공정한 경지인 ‘지공’(至公)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공정사회'는 바로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행스님은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사회를 가장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시다면, 부디 흔들림 없이 그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가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면서 “종교지도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통합과 평화, 보다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 국정 운영에 모든 힘을 보태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