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9.10.23 19:12:15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오전 11시부터 일본 도쿄(東京)의 총리관저에서 10분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까지 갈등을 겪어온 한일 양국이 이 면담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번 면담은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1년여만의 양국 최고위 지도자 간 대화라는 의미가 있는 가운데 면담의 결과에 따라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 총리는 아베 총리를 만나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고 태풍 ‘하기비스’ 피해를 위로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한 뒤 일왕 및 일본 국민에 대한 축하 인사와 함께 한일 대화·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이번 면담은 시간이 10여분에 불과하고 그동안 양국이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강제징용 배상, 일본 수출규제 조치, 한국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등 양국 현안의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이후 한일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날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 마련된 수행기자단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와의 면담 전망에 대해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일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 모멘텀이 마련되더라도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법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다음 달 22일 지소미아 종료, 강제징용 배상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등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들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후의 상황 전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한편 이 총리는 23일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과 도움을 요청했으며, 특히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도 만나 한일 관계 발전과 함께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만나 “지금 한일 간 원만치 못한 상황이 놓여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야마구치 대표님과 공명당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야마구치 대표는 “여러 가지 과제로 많은 노고가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총리의 리더십 하에 이 과제들을 극복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총리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만나 “지금의 한일관계는 1965년 조약의 협정 위에 서 있다. 한일은 그 조약을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하자 에다노 대표는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간 체결한 청구권 협상이라는 엄중한 역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결해주셨으면 한다” “동북아 안보상황을 고려해 지소미아도 조속히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리는 도쿄 게이오대에서 일본 젊은이들을 만나 “한일 청년들의 교류는 (양국) 상황에 영향 받지 않고 미래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현지 젊은 층의 여론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경제부터, 경제는 경제대로 해결하라고 맡기면서부터 해결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며 “지금 양국이 부닥치고 있는 문제들은 과거에도 있어왔던 문제들이고, 과거의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