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9.11.17 18:43:13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기 위해 집까지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까지 하면서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에 불출마 할 뜻을 피력하면서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정계은퇴를 선언해 정치권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 내 이른바 ‘86그룹’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라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전실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의 꿈을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면서 서울과 평양을 잇는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하면서 “지난 대선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2년이 인생 최대의 보람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2기 전대협 의장으로서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으로 구속됐으나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사면 복권되어 지난 2000년 34살 때 1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재선 의원을 지내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가까이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국면을 이끌었다.
이와 관련 임 전 실장의 핵심 측근은 단순히 내년 총선 불출마를 넘어 현실 정치의 영역을 떠난다는 뜻이라며, 통일부 장관 입각 등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북 제재 국면이 풀리고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될 때까지 민간영역에서 통일운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2대 이사장을 지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복귀해서 활동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음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같이 학생운동으로 오랫동안 해왔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간담회을 갖고 임 전 실장의 전격적인 정계은퇴를 선언한 데에 대해 “학생운동할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더니... 저도 여기 와서 보고 받았다.”며 “상당히 중요한 자원 중 한 명인 만큼 만류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임 전 실장의 뜻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임 전 실장한테) 통화도 해보고, 만나도 보고 어떤 이유인지 들어봐야겠다”면서 그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으나 “본인은 통일운동에 전념하겠다는 취지라던데 그것도 장하고 휼륭한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원내대표는 ‘임 전 실장의 선택으로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당내 인적쇄신 요구가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앞서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저의 일관된 입장은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꼭 일해야 할 사람은 일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한 사람씩 불출마가 이어지는 것보단 새로운 정치를 디자인하는 지혜를 모으는 방법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인적쇄신 문제로만 정치혁신의 모습이 나타나야 되는 것인지, (정치혁신이) 더 큰 가치와 새로운 정치문화와 질서로 확장될 지혜는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페이스북 전문이다.
“2000년에 만34세의 나이로 16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환희와 좌절, 그리고 도전으로 버무려진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한 2년 남짓한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의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합니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50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두렵기도 합니다.
잘한 결정인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설레임으로 바꾸며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뛰어 가겠습니다.
감사한 마음만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