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지난 2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4월10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총 22개국 정상 및 정상급 요인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코로나19’ 정상외교를 벌이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기 3일 전 이뤄진 시 주석과의 통화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정상 간 임상치료 경험 공유, 방역당국 협력 강화 등 상호 협력 의사를 확인하는 수준이었으며, 그 이후 정상통화 내용은 한국과 세계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에 따라 양상이 달라졌다.
이어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3월5일),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5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일)과 통화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 국가 순방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공식 선언한 3월 12일 이후부터는 한국이 세계적인 확산세와 달리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부분 상대국 요청으로 통화가 이뤄졌고, 한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등 통화 양상이 달라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13일 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데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의 코로나19 경험 공유 △G20 차원에서 보건위생, 경제금융 분야 협력 강화를 통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요청했다.
그 뒤를 이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3월20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24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4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26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27일),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30일),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31일),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월2일) 등 각국 정상들이 문 대통령과 통화를 요청했다.
이들 정상들은 모두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 사회적 대응을 높게 평가하면서 △경험 및 임상 데이터 공유 △한국 전염병 전문가와 화상회의 △한국 보건당국과의 대화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등 의료물자의 인도적 지원 및 수출 등 사항을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 국가 정상들이 요청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고 국가간 교역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교류 유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제안해 지난 3월 26일 열린 G20 특별 화상정상화의 공동선언문에 “국제무역을 촉진하고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협력할 것”이란 내용으로 반영됐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4일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아세안+3(한·중·일) 화상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며, 이를 통해 주변국과의 공조에 더욱 속도가 붙으리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적 연대 및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오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고 오는 5월에 예정된 세계보건총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한국의 경험들을 기조 발언을 통해 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고 싶다. 하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5월에 화상으로 개최될 세계보건총회에서 아시아 대표로 대통령께서 기조 발언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문 대통령은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 10일에는 앞서 지난 3일 미국의 토크쇼 ‘더 데일리 쇼’에 출연해 “한국은 진단·격리·접촉자 추적으로 감염확산 곡선이 꺾였다”고 언급하는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관심을 보인 바 있는 빌 게이츠 이사장 측의 요청에 따라 25분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양측은 이번 통화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힘을 모으자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먼저 문 대통령이 “워싱턴 주 정부의 자택대기령에 따라 자택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화로나마 처음 인사를 하게 되어 반갑다”며 “감염병에 취약한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백신 개발 및 보급 등에서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게이츠 이사장은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한국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진행을 찾아봤다. 한국과 협력해서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게이츠 이사장은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었다”며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보여줬고, 저도 한국의 대응을 보고 배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높이 평가해줘 감사하다”고 답하면서 특히 “한국 정부는 아시아 지역 국가로는 최초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공여했고 올해부터는 감염병혁신연합(CEPI)에도 기여할 계획이며, 게이츠 재단이 국제백신연구소 등 국제기구를 후원하고 있고, 우리 정부와도 함께 ‘라이트펀드’에 공동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게이츠 이사장은 라이트펀드에 대해 “올해 두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며, 이 단체들은 글로벌 보건과 코로나 사태 극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문 대통령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듯 정상들과의 전화통화 외에도 한국을 향한 요청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분냥 보라칫 라오스 대통령,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등 서한가 각종 외교채널 등을 통해 계속 접수되고 있다.
또한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수출 요청은 35개국, 인도적 지원요청은 31개국, 수출과 인도적 지원 혼합 요청은 24개국, 민간차원 요청은 31개국 등 총 121개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