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으로 불리웠던 민생당 박지원(4선) 의원을 비롯해 최다선(8선)인 우리공화당 서청원 의원, 4선 의원이자 경기지사를 지낸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그리고 지난 17대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의원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야의 ‘여의도 올드보이’ 정치인 상당수가 21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불출마 선언으로 여의도에서 사라지게 됐다.
전남 목포에 출마한 민생당 박 의원은 지난 1992년 14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이후 여야 지도부를 거치며 ‘여의도 정치’의 막전막후를 넘나들었으며, 특히 4년 전인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이끌며 ‘최고령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주도하며 특유의 정치력을 과시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후보에 입도적인 표차로 패했다.
민생당 손 위원장은 민생당 선대위를 이끄는 동시에 비례대표 14번을 받아 ‘선전’을 기대했지만 지역구 0석, 비례대표 0석으로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시키는 치욕적인 결과만 초래한 채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담한 결과에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혀 그의 정치 여정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치역정을 함께한 상도동계이자 친박(친박근혜)계의 맏형으로 20대국회에서 8선으로 현역 최다선이자 우리공화당 비례후보 2번으로 9선 고지 등정에 나섰던 서청원 의원의 도전도 공화당이 비례선거에서 의석 확보를 위한 3%의 벽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광주 서구을에서 지역구 최다선인 7선에 도전한 민생당 천정배 의원도 민주당 양향자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으며, 광주 동·남구을에 출마한 박주선 (71·4선)의원도 민주당 이병훈 후보와 3번째 리턴매치를 벌인 끝에 낙선해 ‘네 번 구속·네 번 석방’이라는 신화만 남긴 채 20대 국회부의장 경력을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게 됐다.
MBC 기자 출신이자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율로 여의도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민생당 정동영(67·5선) 의원도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거쳐 2007년 대선후보에 오르는 등 ‘화려한 정치경력’을 갖고 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민주당 김성주 후보에게 30%p 이상 뒤처지는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했다.
한편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7선 의원과 교육부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데 이어 민주당 압승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데 따라 여당대표로서 역대급 승리를 진두지휘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으면서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청와대 비서실장과 6선 의원으로 국회의장까지 지냈지만 아들 석균 씨가 ‘아빠 찬스’ 논란 끝에 경기 의정부갑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패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정계은퇴 수순에 들어섰다
6선 의원으로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도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부터 호남권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고사하는 등 정계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