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동안 더불어시민당은 합당하지 않고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원내교섭단체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었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지를 지켜본 뒤 합당여부를 결정하기로 한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통합당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저희는 저희대로 합당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성교섭단체 구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설훈 최고위원 역시 “시민당과의 관계에 있어 선거가 끝났기에 정상상태로 가는 게 맞다. 다시 합당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혹 야당이 복수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등 국민의 뜻과 벗어나는 경우에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순리의 정치로 가는 게 맞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시민당 당선인도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례정당을 만들 때부터 국민 여러분께 양쪽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꼼수를 부리는 모습을 또 보여드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총선 민의에도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이 다 그런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반대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된민주당 이석현 의원(6선)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여야가 위성정당에 이어 위성교섭단체까지 만들면 국민들이 못참는다. 여야는 눈치보기를 그만하고 협상을 통해 한날 한시에 두 위성정당을 모정당에 흡수시켜 통합해야 한다. 국민 무서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시민당과의 합당 추진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과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에 ‘우리는 정도를 걷겠다, 너희가 꼼수를 부리면 더 큰 일이 날 것’이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한 흔히 얘기하는 '선공'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과 한국당의 위성교섭단체 추진에 대한 '선제적 견제' 의미가 담겨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21대 국회 초기에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민주당과 통합당 등 2개로만 구성돼도 통합당이 2명을 가져가게 되고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통해 위성교섭단체를 만들더라도 통합당 1명, 미래한국당 1명을 가져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협상에서는 미래한국당이 위성교섭단체를 만들 경우 상임위원장 배분몫이 달라지는 만큼 민주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당 위성교섭단체가 실제로 꾸려진다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통합당이 한국당을 통한 위성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한다면 우리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원구성 협상 등에서 '2대 1'로 싸우게 되면 불리해지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