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심원섭기자 |
2020.06.07 16:30:52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퇴임과 동시에 현재의 사저인 경남 양산 매곡동으로 내려갈 뜻을 밝혔지만, 최종적인 안착지는 매곡동과 다소 떨어진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로 정해졌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CNB=도기천·심원섭 기자)
매곡동에는 경호동 지을 땅 없어
꿈에도 그리던 매곡동 결국 포기
10㎞ 거리 통도사 인근 새땅 매입
CNB 취재와 청와대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당초 2022년 5월 퇴임 후 현재의 사저인 경남 양산 매곡동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이곳은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내려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자리를 잡자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인 매곡동에 사저를 매입했다. 앞뒤 상황을 보면, 문 대통령은 은퇴 후 노 전 대통령과 노후를 함께할 심산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시골에 살 곳을 찾았다”며 당시 양산을 새 거처로 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거제 유세에서 “퇴임하면 제가 태어나고 지금도 제 집이 있는 경남으로 돌아오겠다”며 낙향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퇴임 후 예상되는 거처는 현재 사저가 있는 양산 매곡동이 아닌 직선거리로 10여㎞ 떨어진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 양산에서 조용히 자연인으로 생활하겠다는 당초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나, 당초 원했던 위치와는 다소 멀어진 셈이다.
이유는 경호 문제 때문인데, 매곡동 사저 주변엔 여유 부지가 없어 경호동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6일 춘추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지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기존 사저는 양산 매곡동에 있지만 인근 하북면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경호 문제로 새 부지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양산 매곡동으로 내려가겠다는 생각이 완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까지도 매곡동 인근 부지를 수소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7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경호처에서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올 때마다 ‘다시 검토해보라’는 뜻을 전했지만 최종적으로 경호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자 수긍했다”면서 “대신 새 부지를 마련하더라도 매곡동 자택 규모보다는 크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2년 뒤 양산 평산마을서 ‘자연인’으로
한편 청와대는 경호부지 규모와 매입가격은 밝히지 않았으나 CNB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새로 매입한 사저 부지는 하북면 지산리 5개 필지 795.6평(2630.5㎡) 규모이며, 매입 가격은 10억6401만원이다. 부지 매입비용은 문 대통령 사비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부지 내 2층짜리 단독주택 매입비용까지 합치면 14억 7천여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통도사 인근으로 주택, 카페, 식당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해당 부지에는 문 대통령 내외 신규 사저와 경호처 근무 시설 등이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예금으로 각각 9억3260만원과 6억1747만원 등 총15억5000여 만원을 신고한 바 있다. 현재 재산기준대로라면 사실상 전재산을 투입한 셈이다.
이에 강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부지와 매입가격은 경호처가 밝힐 것”이라며 “대통령 사저 건축은 투명하고 엄중하게 진행될 것이다. 경호시설을 브리핑하지 않는 이유도 엄정하게 공사를 구분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 대변인은 “지방인 관계로 관계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부지 크기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대지에서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인 건폐율이 20% 이하”라며 “사저 입지가 지방인 데다 건축에 따른 불가피성 있음을 감안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이어 퇴임 후 지방에 사저를 두는 두 번째 대통령이 된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