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의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원 구성을 논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장 배정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서 입법부 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났으나 합의에 실패하고 비공식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특히 박 의장은 이날 회동 모두 발언에서 8일 정오까지 각 당의 상임위 선임 요청안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법사위원장 사수 방침이 완강해, 한쪽의 대승적 양보가 없는 한 협상 타결이 난망해 보인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오다 17대 국회 때 (야당이 갖는) 잘못된 관행을 만드는 바람에 계속 정쟁이 되고 있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법사위를 절대 줄 수 없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주면 (18개 상임위 배분을) 11대 7로 해주겠다. 동의 못하면 확 다 가져가겠다’고 한다. 남은 게 그거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야가 대치하면서 당장 시급한 사안인 35조3천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 심사가 안갯속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의 적시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임을 감안해 3차 추경액 중 75% 이상을 국회 통과 후 3개월 안에 집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추경 심사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회 개원 일정을 명문화한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상임위원장을 일정에 맞춰 선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원 구성 파행이 극에 달했던 때는 2008년 18대 국회였다.
당시 국회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집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극한의 대립을 벌이면서 법정 시한을 석 달 가까이 넘긴 8월 26일에서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바람에 앞서 정부가 6월 17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 역시 석 달이 지난 9월 18일에야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2012년 19대 국회 원구성도 민간인 불법사찰과 언론사 파업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로 법에 규정된 날짜보다 한 달이 지난 7월 9일에야 완료되는 바람에 당시 유럽발 재정위기로 먹구름 낀 경제 상황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박 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가 추가 논의를 다짐한 만큼 막판 타결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나는 지난 4일부로 당적이 없다. 대화와 소통, 타협의 원칙으로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겠다.”며 “여도 야도 편들 생각이 없고, 내 기준은 오로지 국익과 국민”이라고 말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