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심원섭기자 |
2020.06.11 10:31:12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중지란이 계속되고 있다. 독보적인 대권주자 1위인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자 당내 잠룡들이 일제히 이 의원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당밖의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판을 흔드는 형국이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여권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
당권 대권 임기 논란 불붙어
'이낙연 흔들기' 나선 김부겸
박원순 이재명도 존재감 과시
산으로 가는 민주당대표 경선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당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의 만남에 이어 10일 오후에도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당권주자로 알려진 홍영표 의원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이낙연 대 반(反)이낙연’ 진영으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은 당대표로 선출되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홍 의원은 대권주자들의 당권 도전은 부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했다.
대권, 당권이 구분되는 이유는 당대표 임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권후보 선출 일정상 7개월 후에 사퇴해야 한다. 반면 대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24개월 임기를 완수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10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2년 임기를 채우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도리이자 책임의 문제”라고 밝혔다. 당대표에 선출되더라도 대선 출마를 위해 7개월 만에 사퇴해야 하는 이낙연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도 “대권주자가 당 대표에 나서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이 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낙연 대세론으로 흐르던 전대판세가 이처럼 급변하자 당초 이 의원에게 양보하며 불출마 선언했던 송영길 의원도 불출마 번복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링 밖 대권 주자들도 견제에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함께하면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도움이 안 될텐데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는 자신이 먼저 꺼내든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이를 매개로 여의도와 접촉면을 넓혀나갈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가닥이 잡혀 불출마 한다면 나는 당연히 전당대회에 나가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86운동권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대선주자들의 당권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이미 외부로 표출된 바 있어 이 의원 측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낙연 "같은 얘기 계속하는 건 고역"
이에 이 의원은 1년 이상 여야 통틀어 1위를 달리는 국민적 지지도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리더십’을 앞세워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대한 우려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1당인 민주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리더십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국민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이낙연 의원이 당을 이끌어서 그러한 뒷받침을 잘했으면 좋겠다. 7개월이면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여러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주장했혔다.
그러면서 대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당권에 공백이 있을 수 없다. 비대위 체제 등으로 공백을 메워 갈 수 있다”며 “전당대회를 (1년에) 3번 한다는 이야기 등이 있는데 당이 크게 흔들린다거나 위기로 가기에는 민주당이 체계적이고 덩치가 큰 당이지 않느냐. 염려 안 하셔도 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 의원은 10일 오전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김부겸 전 의원 등의 당권,대권 분리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도 이외의 것은 제가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의원과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현재로는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하는 것은 고역”이라고 취재진에게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