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의 여야 협상이 15일 최종 결렬되면서, 결국 민주당이 헌정사상 초유의 단독 원 구성을 강행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선출을 비롯, 중요 상임위가 민주당 손에 넘어감으로써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국회는 민주당을 비롯한 187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몫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윤호중(4선·경기 구리시) 법제사법위원장, 윤후덕(3선·경기 파주시) 기획재정위원장, 이학영(3선·경기 군포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외교통일이위원장, 민홍철(3선·경남 김해갑) 국방위원장, 한정애(3선·서울 강서병) 보건복지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통합당은 본회의를 보이콧하며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다 가져가라고 반발했다.
개원 국회에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라고 국회사무처는 밝혔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를 구성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 위기, 남북관계 위기 앞에서 정치권의 어떤 사정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건 없다. 더구나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며 원 구성 강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전 본회의장 입구에 모여 “야당 입에 재갈 물려 정권보위 자처하나”,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법사위를 강탈하나” “민주주의 파괴하는 의회독재 각성하라” “개원강행 협치 파괴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지하라” “말뿐인 협치,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의장은 오늘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의사일정으로 올리고 우리 당 의원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며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상대방 상임위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배정 한 것은 헌정사에 최초”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18개 다 내놓겠다. 7개 상임위 준다고 하는데 저희들이 그거 받을 것 같으냐”며 “이 출발은 21대 국회를 망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첫 출발이다. 승자의 저주, 권력의 저주를 부디 잊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못 막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동료의원들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16일 현재까지도 사퇴의사를 철회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장과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단 6개 상임위만 처리하기로 했다”며 “이번 주 안에 나머지 상임위들을 처리할 것”이라며 통합당이 계속 보이콧할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민주당의 강행처리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의원총회 등에서 주 원내대표·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통합당 의원 전원(103명)이 본회의에 보이콧해도 국회 과반을 넘는 민주당이 자체 투표만으로도 안건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고 황교안 대표 때처럼 장외투쟁을 벌이기에도 여론이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21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 관계가 상당한 파열음을 내면서 당분간 ‘협치’란 단어 자체를 거론하는 것조차 멋쩍게 된 모양새다.
우선 코로나19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심사가 지연될 것이 불 보듯 뻔해 결국 여야 대립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됐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