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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들만의 성역에 ‘무노동 무임금’ 깃발을 꽂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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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6.18 14:52:55

(사진=연합뉴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패러다임은 그 방향성에 대해 좋든 싫든 간에 우리 사회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 원칙이다. 그러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성역이 있다. 바로 국회다. 헌법에 따라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며 그 구성원은 국민이 선거에 의해 선출한 국회의원이지만 이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보자. 지난 20대 국회는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져 입법기관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 국민적 분노를 샀다. 동물·식물·막장국회를 제대로 보여준 바 2만4141건의 법안이 접수됐으나 이중 8799건만 처리(처리율 36.4%)돼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입법실적을 당당히 기록했다.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각종 민생현안들을 팽개쳐두고 이권 다툼 등으로 인한 장기간 휴업으로 막연히 시간만 흘려보냈지만 의원들은 꼬박꼬박 월급을 챙길 수 있었다.

국회의원에게 연간 지급되는 세비 즉, 1인당 연봉만을 따져보면 수당(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상여금(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경비(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을 모두 합해 약 1억5100만원이다. 월급으로 치면 약 1260만원으로 일반 서민들이 볼 때 최고 상위레벨의 고액연봉자 집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10월 기준) 임금근로자 2074만7000명 중 월평균 임금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10.1%였다. 100만∼200만원 미만은 23.1%, 200만∼300만원 미만 31.9%, 300만∼400만원 미만 17.0%, 400만원 이상은 17.9%다. 근로자 10명 가운데 1명이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상당한 박탈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단순히 고액급여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은 만큼 사정에 따라 오히려 더 많이 올려줄 수도 있다. 문제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정된 연봉을 무탈하게 타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제재조항이 있기는 하다. 국회법에 따라 결석한 회의일수 만큼 특별활동비를 감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활동비가 약 3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함정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0번 회의에 빠져도 월급으로 치면 1260만원 중에서 30여만원만 삭감된다. 이 무슨 자기들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처사인가.

현재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기회는 매년 9월 1일(100일 간 집회), 임시회는 2·4·6월 1일과 8월 16일에 30일 간 집회되며 대정부질문은 임시회의 회기 중 1주 간 실시된다. 그러나 이 같은 향후 일정이 불안불안한 것은 학습효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겠다. 국회의원들이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방기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각 국회의원의 업무수행 능력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기본은 출석이다. 국회 회의에 불출석하는 경우 액수가 큰 수당 등을 먼저 과감히 삭감해야 할 것이다.

국회운영위원회 등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의회에서는 의원의 결석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결석일수 만큼 수당을 빼고 있고, 프랑스는 상임위에 월 2회 불참시 월 수당의 25%를 감액하고 있다. 스웨덴은 결근시 세비를 미지급하고 있다.

최근 막 개원한 우리 국회도 민심이 썩 곱지 않자 이를 의식해, 회의에 나오지 않는 경우 수당 및 입법활동비를 삭감토록 하는 법안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발의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최우선 법안으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현실화돼야 할 것이다.

막강한 권한을 줬지만 본연의 업무를 태만히 한 자들에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국회에서 기필코 실현돼야 한다. 금전적인 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국민소환제까지 등판해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일하는 국회’가 된다면 이 또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할 것이다. 축적된 피로감이 극도에 달한 상태로 ‘유야무야’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지만 본분을 망각한 채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그 구성원들이 대한민국 국회의 가치와 신뢰를 더 이상 떨어트리게 놔둬서는 안 된다.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사태와 침체된 경제, 그리고 남북 경색 및 산적한 민생현안에 있어서 21대 국회는 현재는 물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구실을 하고 힘차고 안정감 있게 돌아가야 한다. 바람이 아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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