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23일 출간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2018년 열렸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낚였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광’이라고 비난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회고록에서 “(북미) 모든 외교적 ‘판당고’(fandango·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당시 싱가포르 회담에서 서로 추켜세우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친 존 볼턴이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 나와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당연한 일이다”라며 북미회담 결렬 책임을 볼턴에게 떠넘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면서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다.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며 북미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정책의 ‘뒷이야기’도 폭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so full of shit)”라고 적은 쪽지를 자신에 전했다고 주장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협상이 성공할 확률이 '제로(0)'라고 깎아내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거대한 홍보 행사로 여겼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내용이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하고 나서 그곳에서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볼천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재선하기위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대에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뻐하며 “시 주석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pleading with)”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시 주석에게 미국 내 정치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 국가안보 이슈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중국의 인권 유린을 경시했다”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 정책을 놓고 잦은 갈등을 겪다가 지난해 9월 경질된 바 있으며, 미국 법무부는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에 기밀 정보가 담겨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출간 중지를 위한 긴급명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