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0.07.23 09:53:03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빈자리를 채울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사법족쇄’가 풀린 이재명 경기기사가 공개 제기한 무공천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고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해 당내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면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어 이 지사는 박원순, 오거돈 사건에 대해 “중대비리가 아닐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보궐선거로 뽑히는 시장의 임기가 불과 1년이라는 점에서 무공천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성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헌을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은 쪼잔하게 보일 수 있다”며 “일년짜리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깨끗이 사과하는 대신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기는 것이 맞다”고 동조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 역시 “내년 선거에서 이겨도 임기가 8개월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부산시장은 박 전 시장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무공천에 대한 지역 당원들의)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은 성추문으로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공석에 현 양승조 지사를 공천해서 당선시킨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두 지역을 합쳐 1천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사실상의 ‘미니 대선’을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을 다시 뽑는 건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너무 명분론에만 매달리기에는 워낙 큰 문제”라고 말했으며, 이낙연 의원은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테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먼저 끄집어내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 일인가”라며 이 지사를 우회 비판했다.
그리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최근 당내회의에서 “내년 보궐선거 공천 문제는 현 지도부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다”라며 직접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 지사를 겨냥한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다”며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당내 논란을 촉발한 지 이틀 만에 한발 물러섰다.
이 지사는 “서울시장 유고를 계기로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 당규가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그에 대한 제 의견이 없을 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의견’과 이를 관철하려는 ‘주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으로서 의견을 말한 것일 뿐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면서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가피하게 공천할 경우 당규 개정과 대국민 사죄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었는데 무공천 의견만 부각돼 보도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