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추미애 장관을 비롯한 고기영 차관, 그리고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검사 임명식이 열렸으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 대검찰청에서 신임검사 신고식을 가져 두사람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윤 총장과 ‘검·언유착 의혹’ 등 검찰개혁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추 장관은 검사의 인권 보호 역할과 검찰 권한 견제 등을 상대적으로 부각한 반면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추 장관은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라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 장관은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은 분산하고 검경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그렇다고)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며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수사를 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엄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또한 추 장관은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이라는 한자성어를 언급하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임관식에는 신임 검사 26명이 참석했으며, 법무부에서 고기영 차관과 심우정 기획조정실장, 조남관 검찰국장 등이, 검찰에서는 구본선 대검 차장,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 자리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 신임 검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고식에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윤 총장은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특히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선배 검사들의 지도는 ‘명령과 복종’이 아닌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며 선배의 의견을 경청하되 자신의 의견도 당당하게 개진할 것도 주문했으며, 올해는 형사사법제도의 큰 변화가 있는 해라면서 강조 사항으로 ‘불구속 수사 원칙’과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을 꼽기도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달 초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은 이후 이날 나올 발언들을 기대했으나 일각의 예측과 달리 ‘검언유착’ 의혹 사건,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원론적인 당부 수준의 인사말만 남기는 등 최근에는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