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0.08.31 10:25:02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정치 구력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든 김부겸 전 의원은 한동안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진 반면, 3등을 한 박주민 의원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에 맞서 선방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며 당대표직 7개월 수행 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는 이낙연 의원을 겨냥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당대표 자리에 도전했지만 득표율 21.37%로 ‘30%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고배를 마셔 사실상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김 전 의원은 레이스 초반 ‘이낙연 대세론’을 향한 견제심리가 결집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면 지원설,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연대설까지 거론됐으나,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박 의원이 전격 출사표를 던지자 판도가 흔들렸다.
김 전 의원은 가중치가 높은 대의원 투표에서 29.29%로 박 의원(13.51%)을 앞질렀을 뿐 권리당원(김부겸 14.76%, 박주민 21.51%) 국민여론조사(13.85%, 22.14%), 일반당원 여론조사(18.05%, 19.15%)에서는 모두 꼴찌에 머무는 수모를 당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원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31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캠프에서는 이낙연 의원과 양자 대결시 30% 중반 이상만 득표하면 성공이지만 20% 대로 내려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예상했다”면서 “그런데 느닷없이 출마한 박주민 의원이 친문 권리당원 표를 많이 가져가면서 예상보다 크게 패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김 전 의원으로서는 전국적 수해 발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경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추격의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영남권역의 대의원 지지세를 확인한 것은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측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김 전 의원은 ‘언젠가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소신이 계속 꺾여왔다.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 대비해 암중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남권 대권 잠룡으로서의 행보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세월호 변호사’로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당원 여론조사에서 19~22%의 고른 지지를 받은 박 의원은 재선 의원이라는 낮은 체급으로 당권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친문 지지층 표심을 기반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얻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이낙연, 김부겸이라는 대권주자급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두 사람에게 밀려 3위를 기록했으나 세부 내용을 보면 나름 저력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대의원(13.51% vs 29.29%)에서만 김 전 의원에게 패했을 뿐, 권리당원(21.51% vs 14.76%), 국민여론조사(22.14% vs 13.85%), 일반당원 여론조사(19.15% vs 18.05%)에서는 모두 김 전 의원을 앞섰다.
후보등록 마감 직전에 출사표를 던졌기에 사전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김 전 의원에게 사실상 이긴 싸움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선의원으로서 정치적 체급을 상승시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의 다음 행보로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 자체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 도전을 위한 몸집불리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경우 중진인 우상호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그의 잠재적 경쟁상대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