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화선을 제공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라 이번 대립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누구의 주장대로 지급방식이 정해지느냐에 따라 한 사람은 정치적 타격은 입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
"전국민 지급" vs "선별 지급" 팽팽
당대표 오른 이낙연, 여론전 본격화
이재명, 홍남기 구실로 연일 강공
최대계파 '친문', 아직은 중립모드
이 대표는 ‘선별 지급’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는 반면, 이 지사는 '전 국민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철없다'고 비판한 홍 부총리를 몰아세우며 이슈화 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홍 부총리와 공조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증가를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하다 최근 선별 지급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홍 부총리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특히 홍 부총리가 경제수장이 되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놓고 대립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권 두 잠룡의 ‘대선 전초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29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된 후 닷새 동안 당 밖으로는 ‘협치’ 메시지를 보내고, 당 안으로는 의견이 분분했던 2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선별지급’으로 가닥을 잡는 등 존재감이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통합의 정치’를 내건 이 대표는 ‘정책 협치’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여야 협의를 통해 양당 간 별 이견이 없는 4·15 총선 공통 공약이나 비슷한 정강정책을 우선 입법하는 방식으로 협치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 하에 잇달아 야당 대표들과 만났다.
특히 이 대표는 재난지원금 문제도 ‘재난지원금’이라는 단어 대신 ‘코로나 긴급지원’, ‘맞춤형 지원’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모적 논쟁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면서 평소 자신의 주장인 ‘선별 지급’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가고 있다.
이재명, 홍남기 통해 이낙연 비판
반면 이 지사는 전국민 지급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저축하는 이유는 어려울 때 쓰려는 것’이라는 글을 통해 ‘선별 지원’을 고수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경제·재정정책의 근거가 되는 통계와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며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획재정부는 왜 국채를 핑계 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이지사가 이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자 당 지도부는 이 대표 방어에 나선 모습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가 심각한 곳에 우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선별지원책에 힘을 실었고, 양향자 최고위원도 이 지사를 겨냥해 “조금 아쉬운 발언이 있었다. 말꼬투리를 잡아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재명계로 알려진 이규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권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분의 뜻에 대해 ‘철이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당내 지분이 가장 큰 친문(친문재인)계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낙연, 이재명 모두 친문그룹과는 한발 떨어져 있는 데다, 재난지원근 지급 방식에 대한 국민여론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3일 오전 CNB 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비난은 이낙연 대표가 취임 후 첫 정책 과제로 선정한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안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라며 “두 사람의 (대권주자) 지지율이 팽팽한 만큼 한쪽이 밀리면 한쪽이 올라가는 구도라 앞으로도 주요 사안마다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