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취임한지 불과 3주 만인 지난 18일 재산 축소신고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홍걸 의원을 전격적으로 제명해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사실상 민주당의 창업주인데, 그의 3남이 김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의도 정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DJ 아들이라는 상징성에다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라고 판단해 그동안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비례대표까지 줬을 정도다.
김 의원 제명은 취임 전부터 “민주당의 기풍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 대표의 결단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판 공수처라 할 수 있는 윤리감찰단 출범부터 김 의원 제명까지 불과 50여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다 강도도 예상보다 쎘다는 점에서다.
당내 기강확립을 위해 ‘읍참마속’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가 과거 DJ의 총애를 받았다는 점에서 개인적 인연까지 단칼에 자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메시지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 의원이 직접 이 대표에게 통화를 요청해 10억원대 분양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산신고에 누락한 사실과 관련해 “분양권이 신고 대상인지도 몰랐다. 누락은 보좌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는 등 적극 소명했음에도, 이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뜻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21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DJ 비서관 출신인 김한정 의원과 설훈 의원 등 동교동계 출신 의원들이 미리 김홍걸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 등 결단을 요청했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이 됐다. 김 의원은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과거 DJ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 또한 속내가 편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다음 대상은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및 임금체불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 징계 문제다. 이르면 금주 중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해고 문제는 당의 노동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이기에, 전격 제명한 김 의원과 비슷한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는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나아가 역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CNB뉴스에 “현재 이상직 의원은 ‘자녀 편법 증여, 이스타 항공 대량해고 문제’ 등으로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고 있는데, 특히 노동 문제는 당 노동 정책과 너무 동떨어진 상황이어서 김홍걸 의원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에 이 의원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과 조수진 의원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기류”라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은 피감기관으로부터 1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조수진 의원은 총선 당시 재산 신고에서 11억원 상당액을 빠뜨려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