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0.10.30 10:28:39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시행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원인을 제공한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에 위배됨에도, 당헌 개정이라는 수순으로 후보를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오전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재보선에)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저희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것에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선 것은 202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내년 재보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문 사건으로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치러지는 선거다.
하지만 서울, 부산이 가진 정치·사회·경제적 상징성과 비중, 대선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재보선 1년 뒤 치러지는 대선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 팽배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30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 다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며 “당원들의 뜻이 당헌 개정으로 모이면 현행 당헌에 ‘다만 최고위 의결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여 공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당 중진 의원도 이날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야당이 선거운동하며 돌아다닐 때 우리는 바라만 봐야 한다. 그럼 지역 조직이 사실상 고사하게 된다”며 “1년 후 치뤄질 대선을 생각해서라도 재보선 공천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보권선거 참여를 공식화 하자 야권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자기네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약속 파기”라고 비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 결론이 뻔하니까. 민주당이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면서 “온갖 비양심은 다하고 있다. 천벌이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정의당도 정호진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각 정당의 당헌. 당규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라고 질타했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달 1일 전당원 투표에서 당헌 개정 찬반을 묻고, 그 다음 주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통해 당헌 개정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등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 논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