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들이 지난 10일 공개됨에 따라 각 추천위원들은 12일 첫 회의를 앞두고 추천된 후보들에 대한 평판 등 기초 정보를 수집하는 등 본격적인 검증 작업을 진행에 들어갔다.
각 후보들의 과거 발언이나 행적이 공수처장으로서 지켜야 할 ‘중립성’에 어긋나지 않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사퇴한 손기호 변호사를 제외한 후보 10명 중에서 6∼7명이 이미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은 국민의힘 측에서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다. 그는 후보 명단이 공개된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기관으로 본다”며 “폐지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된 이상 어떻게든 공수처가 괴물이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후보직을) 수락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석 변호사가 지난해 정부 반대 집회에 참석해서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친일파가 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도 있다”면서 “또한 지난 총선에서 야당 공천을 신청했던 정치인으로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측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를 문제삼고 있다. 전 변호사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사건 변호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당에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준비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없애는 등 공수처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아 국민의힘 측에서 거부감을 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민주당 측이 추천한 권동주 변호사는 2016년 법원행정처가 특허법원 위상 약화를 우려해 국회의원들을 접촉할때 친분이 있던 민주당 유동수 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강찬우 변호사는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교비 횡령 사건 수사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는데, 당시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검찰이 이 전 총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비호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의 경우는 김재형 대법관의 아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한명관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의원의 사촌 동생이라는 점이 지적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 추천위원은 12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공수처장 후보로 줄곧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빠지는 등 발표된 후보 들 중 ‘중량감 있는 인사’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다수 추천돼 일부 후보는 평판을 누구에게 들어야 하는지부터 수소문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증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추천위는 12일까지 실무 지원단으로부터 후보자들에 관한 자료를 넘겨받은 뒤 13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를 벌일 계획이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의결이 가능한 논의 구조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종일 하는 회의인데다 검증 대상자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결과를 도출할 시간이 충분히 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 측 이헌 추천위원은 “심사 방법 등 정해지지 않은 의결사항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