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의 추천이 불발되면서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연내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입장에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여야가 정면충돌 하면서 모든 민생현안 처리가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들을 병합 심사한 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이르면 내달 2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내년 예산안 처리를 앞둔 정기국회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소수 의견을 존중하려고 했던 공수처법이 악용돼 공수처 가동 자체가 저지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며 “공수처법의 합리적인 개선을 법사위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번 뿐만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라도 소수 의견은 존중하되 공수처 구성과 가동이 오랫동안 표류하는 일은 막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도 20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에 보장된 ‘비토권’을 지연작전에 악용했다”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수처는 연내 출범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본격적으로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반개혁 세력의 공수처 난도질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 비토권을 포함해 합리적 안을 도출해 정기국회 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면서 “특히 ‘비토권’이 야당의 지연작전에 악용되는 것으로 방지하기 위해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거나 추천위원 추천이 늦어지면 국회의장이 법학계 인사를 지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법 개정 시도에 “우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참 민주당이 후안무치하다.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장을 임명하기 위해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또 바꾸겠다고 한다”며 “법치주의 파괴, 수사기관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일을 국민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이라도 추천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내세워 법 개정을 강행하면 마땅히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게 딜레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염치없지만 국민들께서 막아주시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국민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3일 오후 3시 30분 의장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담을 열 예정이다. 이날 박 의장의 중재로 정국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