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1.04 09:59:2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가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자 불과 이틀 만에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사실상 철회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으나, 3일 비공개 최고의원회의에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방향을 바꿨다.
이처럼 여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섣부르게 사면 카드를 내밀었다가 이틀 만에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새가 되자 당내 리더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4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총리 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사면론을 제기했으나, 당원과 지지층의 반대 여론이 거세자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최고위원은 “사면은 국민 공감대나 당사자들의 사과나 반성 등이 없으면 안된다는 점에 (최고위원들이) 뜻을 같이 하면서 당분간 이 문제를 논의하지 말자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일단 사면론에 한발 물러서면서 혼란은 봉합됐으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1위를 독주하던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등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따라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사면 카드로 통합 이슈를 선점하고 차기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했으나, 되레 당내 역풍에 휘말리면서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오면 사면 논의가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때문에 이번에 이 대표의 주장이 야권보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