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1.05 10:37:20
최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낙점됨에 따라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우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아무런 공직을 맡지 못하게 돼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대선 승리를 일군 ‘개국공신’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한 번쯤은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청와대와 거리를 둔 모양새가 된 것.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풍파를 함께 이겨낸 최측근을 활용해 국정을 운영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해온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 일부와 친문 인사들은 문 대통령 임기 말 관리나 정권 재창출 동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양 전 원장에게 후임 비서실장 자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작 본인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선을 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국내에 머무를 경우 행여나 제기될 수 있는 ‘비선 실세’ 논란을 차단하고자 지인들에게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뉴질랜드로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여당의 압승을 견인해내자 정치권에서는 그의 청와대 입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수 차례 양 전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국정 현안 등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과 함께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이호철 전 수석도 같은 이유로 청와대 입성 가능성과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말 가장 신뢰하는 창업 동지들을 곁에 두고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려 했던 과거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의 핵심 김윤환 정무수석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역시 TK 출신인 정해창 법무장관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용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용태 내무부 장관을 이른바 청와대 ‘순장조’의 리더로 삼았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2인자로 불리던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낙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부산 출신으로 ‘왕(王)수석’으로 통했던 문 대통령을 비서실장으로 두고 임기를 마쳤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남 출신으로서 앞서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 ‘3철’ 중 전 장관을 입각시킨 상황에서 양 전 원장과 이 전 수석까지 비서실장에 앉힌다면 그 부담감이 적지 않아 이들의 등용을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친문계 의원은 5일 오전 CNB와의 통화에서 “항간에는 양 전 원장이나 이 전 수석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사실은 두 사람 모두 구질구질하게 회자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본인들이 극구 마다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