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1.07 10:36:07
새해 벽두부터 유력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격적인 정책 대결을 벌이고 있다.
우서 이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들며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여권 주자들 간의 ‘어젠다 경쟁’에 불을 붙였다.
사면론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자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제 오랜 충정을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 사면 논의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중도층을 안기 위해 사면론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주춤한 지지율을 회복하고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동서통합과 외연확장의 기조를 세운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7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낙연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강점으로 하나같이 중도 보수까지 끌어들일 만큼 신중한 이미지를 갖춘 ‘안정감’을 떠올린다”며 “사면론도 반대가 많아 보이지만, 일반 여론을 조사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권 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득권 타파를 전면에 내걸고 특유의 개혁 성향을 부각시키고 있다.
‘추미애-윤석열 사태’를 거치며 개혁 이슈에 전략적 침묵을 유지해 왔던 이 지사는 지난 3일 “촛불은 불의한 정치 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라며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는 것이 곧 민생”이라고 밝혀 본격적으로 권력기관 개혁에 뛰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이 대표가 주장한 사면론에 대해서도 “나까지 얘기하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수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반대 입장으로 해석되면서 이 대표와 대척점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친문 강성 지지층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이 지사는 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 신천지 명단 압수 등 특유의 콘텐츠와 강한 팬덤을 확보하는 바람에 늘 ‘사이다’, ‘돌직구’와 같은 수식어들이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급진적인 정책들에 대한 반발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 강점이라면 추진력으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지사의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이미지는 자칫 이지사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고있는 상황에서 ‘도전자’로선 가점 요인이지만, 진짜 ‘리더’가 됐을 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사람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무게 중심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팽팽한 양강 구도가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통상 대선을 1년반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는 미래 권력을 구심으로 세력 재편이 이뤄지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에 확실한 ‘친문 후보’가 없는 상황도 이 같은 현상에 한 몫 한다.
대표적으로 친문계 집결로 시작부터 주목받은 ‘민주주의4.0연구원’의 경우 현역 의원 56명 중 3분의 1 가량인 19명은 당내 다른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회원으로 ‘이중 호적’을 유지하고 있다.
진보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미래’나 김근태계가 주축이 된 ‘민평련’은 친노 정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현재 친문계와는 노선을 달리한다.
이처럼 당내 사정이 복잡해 대부분 의원들은 두 사람의 경쟁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친밀한 의원 중 몇 명은 정세균 총리와도 가깝게 지내고, 지난 지방선거 때 부딪쳤던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이 지사와의 관계를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는 불안감에 여기저기 보험을 들어 앞날을 대비하자는 심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