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첫 검찰 인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이 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를 찾아 박 장관을 예방해 눈길을 끌었다.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두사람은 이날 15분 가량 만났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에서 배제된 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일과 연수원 동기 등 공통의 지인을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2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장관과 윤 총장간의 면담 자리에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배석했지만 검찰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조만간 인사에 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방문길에 취재진과 만나 “취임 축하 차원으로 온 것이라서 깊은 얘기를 많이 나눌 것 같진 않다”고 말했으며, 면담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인사 얘기는 전혀 없이 서로 덕담만 나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조만간 검찰 인사를 두고 다시 만날 예정이다. 설 연휴 전에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며, 특히 취임식에서도 검찰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첫 검찰 인사 때처럼 윤 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지난해 추 전 장관과의 갈등 속에 직무정지까지 당한 윤 총장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 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점도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이처럼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선 여권 분위기를 타고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이번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해온 정권 관련 수사들을 지연하고 있다는 검찰 내부의 비판을 받고 있어 윤 총장이 교체 1순위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체’ 돼 있는 정권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세우기 위해 이 지검장을 승진시켜 일선 고검장으로 보낼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박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고 공언한 데다 앞선 법무부장관들의 인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뜻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검찰 인사 외에도 박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무리 과제로 ▲검찰총장 권한 분산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사람간의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의 검찰총장은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총장’이라 분권화가 절실하다”며 “검찰총장의 권한을 고검장이나 지검장, 각 검사에게 상당 부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