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1.02.11 14:38:39
설 명절을 앞두고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정치적 텃밭인 호남을 방문해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전북 진안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설 연휴 전날인 10일 광주를 방문해 현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주재하고 수소 연료 전지 발전소 착공식 참석, 양동시장과 '광주형 일자리' 현장 방문 등 호남 챙기기에 나서는 등 호남민심잡기에 가세하면서 더욱 호남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4월 총리직에서 물러나 여의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 총리가 이처럼 설 명절 전에 호남을 찾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남 영광출신으로 같은 호남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방문일이 겹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있다.
정 총리는 10일 광주시청에서 코로나19 중대본회의를 주재하면서 광주에서의 하루를 시작해 이후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료전지발전소 투자협약 및 착수식에 참가한 뒤 광주 서구 양동 재래시장, 전남 함평 광주형 일자리 현장을 찾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정 총리는 광주행에 앞서 SNS를 통해 “오늘 광주행은 광주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기 위한 것”이라며 “2021년은 광주가 정치1번지에서 경제1번지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정부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께 정치를 배웠다.”며 호남의 정신적 지주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를 넘어 지역 경제의 새로운 발전상을 제시하고 국가 경제 혁신의 단초를 이룰 것”이라고 광주 민심에 호소했다.
이 대표 역시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전공대 건립 부지를 현장 방문했다. 한전공대 건립은 나주 지역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이대표는 한전공대 특별법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들 현안의 입법을 약속하며 텃밭을 다졌다. 이어 이 대표는 11일 전남 순천에 있는 여순항쟁위렵탑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민심을 살폈다.
이 대표는 올해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거론하는 바람에 지지율이 폭락했으나 최근 호남을 필두로 지지율 하락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올해만 3번째로 호남을 다시 찾아 호남의 대권 주자로 자리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이 대표는 설을 맞아 당원들에게 보낸 ARS 음성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 한번 더 힘을 모아 달라”며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필코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원 동지 여러분 덕분에 민주당은 작년 봄 총선에서 압승한 결과로 작년 말에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입법으로 이뤘다”고 자평하면서 “이제 검찰과 언론의 개혁으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호남지역 의원은 1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이곳에서 여론이 크게 생성되면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이재명 지사에게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로서는 이번 설 연휴에 당의 텃밭이자 자신의 기반지역인 이곳에서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쟁자들이 호남으로 향한 1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기부물품 전달식에 참여했다.
이 지사는 행사 축사를 통해 “우리사회가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틈새가 상당히 많고 누군가는 이로 인해 생명을 버리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며 “꼭 필요한 사람들이 극단적 상황이 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손실이 발생해도 결코 손해는 아니다”라고 무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사의 주장은 최근 자신의 기본소득론에 대한 이 대표와 정 총리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무상지원이라는 소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간접적 피력인 셈이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