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박영선 후보가 높은 인지도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선 경쟁력’이 라이벌 우상호 후보를 제치고 서울시장 세번째 도전 만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 후보는 1일 공개된 후보경선 결과, 최종 득표율 69.56%로 우 후보 30.44%에 두 배 이상 앞서는 차이로 승리했다.
일반적으로 박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앞서고, 우 후보는 당내 조직력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평가받아 왔으나 온라인 투표와 ARS를 합산한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박 후보가 63.54%를 득표해 36.46%를 기록한 우상호 후보와 큰 격차를 보였으며,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72.48%, 우상호 후보가 28.52%를 각각 득표했다.
박 후보가 승리한 원인으로는 여러가지로 꼽히다.
우선, 이번 보궐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 여파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성후보인 박 후보가 유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차기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당내 지지층의 위기감이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박 후보에게 쏠린 점도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당심’과 ‘민심’을 통틀어 야권 단일후보에 맞설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이 우선시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2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영선 후보의 압도적 승리는 우상호 후보를 낮게 평가한 게 아니라 박 후보가 본선경쟁력에서 조금 더 우세하다는 평가에 따라 표쏠림이 나타난 것 같다”며 “누가 더 경쟁력 있게 싸울 수 있느냐에 대한 선택 외에는 이런 일방적 경선 결과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MBC 기자 출신으로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추천으로 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지난 2011년 당의 첫 여성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무상급식·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을 설계한 바 있다. 2012년에는 최고위원에 뽑혀 민주당 최초의 여성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했으며, 19대 국회에서는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첫 여성 원내대표를 맡는 등 ‘유리 천장’을 깨는 행보로 주목받아 왔다.
박 후보는 21분 교통거리 내 직장·교육·의료·쇼핑 등을 누릴 수 있는 ‘21분 콤팩트 도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한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맏형격으로 4선 국회의원이자 2016년 원내대표를 지낸 우 후보는 지난해 12월 “저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우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이제 더 큰 싸움이 남았다. 우리는 하나가 될 때 이겼다.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서 오직 민주당 승리의 길에 우상호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며 결과에 승복하고 박 후보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시대전환 조정훈 서울시장 후보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또한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와도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와도 8일 이전까지 단일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양측간 입장차가 커서 구체적 협의가 진행 못하고 있다”면서 “조정훈 김진애 후보와의 3자 원샷 단일화는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되는대로 먼저 단일화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심원섭 기자)